[마켓투데이]금융회사 미숙한 환헤지가 피해 키웠다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10분


며칠 전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투자한 해외펀드가 60% 손실이 난 줄 알고 남은 40%라도 찾으러 증권사에 가니 잔액이 15%에 불과하단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조카는 환차손 때문에 투자 손실이 60%에서 85%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은행이 판매한 키코(KIKO)라는 환헤지 상품이 가입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혀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증권사가 판매한 해외펀드가 투자 손실을 줄여주기는커녕 환차손까지 입혀서 투자자들이 분개하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는 주식 투자 본래의 위험에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 위험이 추가된다. 대체로 해외펀드들은 투자시점에 달러 선물을 매입하여 투자 대상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환헤지)하고자 한다.

국내 증권사가 판매한 해외펀드가 환차손을 입은 이유는 포트폴리오를 투자시점의 원화가치로 고정(헤지)시켰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찾는 돈은 현재의 원화환율로 찾는 것이 아니고 투자시점에 선물로 매입했던 원-달러 환율(달러당 900원대)로 찾으니 원화로 환산한 투자 손실이 85%로 확대된 것이다.

환헤지로 오히려 투자 손실을 키운 셈이다. 증권사는 아마도 장래 원화가치가 상승(달러가치는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헤지를 한 것이 아니라 원화 강세(달러 약세)에 베팅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날 환율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포지션을 기축통화인 달러가치로 보유하고, 달러가치 하락 위험에 대비해서는 풋(put)옵션 매입으로 헤지했어야 옳다. 국내 증권사의 미숙한 해외투자 기법에서 비롯된 실패다.

환헤지는 예상치 못한 환율 급변에 대비한 손실 방지가 목적이다. 따라서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은행이 판매한 KIKO의 상품구조는 가입자 입장에선 정반대의 구조로 되어 있다. 환율이 일정 범위 이내에서 움직이면 이익을 보게 되고 일정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무한 손실을 입는 구조다.

가입자(매입자) 입장에서는 이익구간은 좁고 손실구간은 무한대이므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반대로 매도자(은행)에게 절대로 유리한 계약이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환율이 급변할 경우에 대해서 가입자에게 손실 위험이 완전히 노출되어 있으므로 헤지상품이라기보다는 투기상품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현재 개발되어 있는 헤지 수단들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위험에 대비한 헤지 수단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지만 특정 투자대상에 꼭 맞는 헤지 수단은 투자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가 스스로 구조화(structuring) 해서 개발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차별화된 능력을 갖춘 국내 금융회사는 단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 금융회사들에 그런 능력이 아직 길러지지 않은 이유는 헤지 수단을 개발하는 노력에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파생상품을 주로 투기적 거래 도구로 사용해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데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투기적 매매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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