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이달들어 10~15% 감소
못찾아가는 수입 화물도 급증
해운-조선도 실적 악화 ‘한숨’
《12일 오후 부산항 최대의 컨테이너터미널인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부두.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출항해 이날 오전 입항한 독일 선사인 하파크 로이드 소속 9만4000t급 콜롬보익스프레스호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555개를 내리고 572개를 실은 뒤 다시 중국 상하이(上海)로 떠났다. 평상시 이 배는 700여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렸지만 이달부터 수출입이 둔화되면서 처리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신선대터미널 정창섭(48) 과장은 “하루 평균 20피트짜리 컨테이너 6500여 개를 처리했지만 이달 들어서부터는 물동량이 10∼15% 줄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산항 전체의 지난달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12만7420개로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했다. 하지만 부산항만공사 측은 경기침체 본격화에 따른 수출입 둔화로 1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0%, 12월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 감소로 빈 컨테이너가 쌓이면서 부산항 부두의 화물 장치율(항만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비율)은 평상시 평균 70%보다 훨씬 높은 80∼90%에 이른다.
인수할 돈이 없거나 수입업체가 이미 부도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못 찾아가는 수입화물도 급증하고 있다. 12일 부산경남본부세관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경기불황 여파로 찾아가지 않은 수입화물이 671건, 4만1419t으로 지난해 말(419건, 1만9205t)에 비해 건수는 50%, 중량은 100% 이상 늘었다.
인천항과 광양항도 사정은 비슷하다. 47개 선석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항은 이날 화물선 18척이 접안했을 뿐 나머지 선석은 모두 비어 있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해운업과 조선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올해 5월 20일 1만1793에서 10월 말 1,000이 무너진 뒤 이달 11일에는 818로 낮아졌다.
해운업이 위축되면서 한국 조선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회사의 수주 실적은 10월 들어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국내 8개 회사 중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4곳만 10월에 선박 수주에 성공했을 뿐 나머지는 실적이 ‘0’이다. 8개 회사 전체의 10월 실적을 9월과 비교하면 수주량은 약 50%, 수주액은 75% 줄어들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