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부도 도미노 신호탄인가” 현금확보 몸부림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12분


신성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12일 오후 한 직원이 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직원들은 퇴근도 미루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홍진환  기자
신성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12일 오후 한 직원이 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직원들은 퇴근도 미루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홍진환 기자
■신성건설 법정관리 신청 파장

“돈되는건 뭐든지” 사옥임대 - 리조트 매각 나서

자금압박 여전… “난국탈출 방법 좀처럼 안보여”

전문가 “지원은 하되 경쟁력 없는 곳 정리해야”

“드디어 시작되는 것인가.”

건설업계는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건설업계 부도 도미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어느 업체가 또 쓰러질지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돈 되는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려 몸부림치고 있지만 돈은 계속 말라붙고 있어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사업안을 짜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며 “난국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계열사, 땅, 리조트 모두 판다

C&그룹은 최근 계열사인 C&우방의 워크아웃설에 대해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C&우방은 대구에 보유한 사업용지를 매각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우림건설은 본사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경기 성남시에 우림 측이 지은 오피스빌딩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초동 사옥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연면적 4992m²)로, 임대해 현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우림건설은 지난해 4월 380억 원에 서초동 사옥을 매입했는데 최근 호가(呼價)가 700억 원에 이르고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해 매각보다는 임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옥 이전은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서초동 사옥은 강남권 요지인 교대역 사거리에 있어 임대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만약 임대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매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림건설은 준공 현장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영업조직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골프회원권은 기본이고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땅, 리조트 등을 파는 건설사도 많다.

동문건설은 최근 정보통신업체인 계열사 르네코를 200억 원에 매각했으며 경남기업도 계열사인 중앙청과를 250억 원에 팔았다. 르네코와 중앙청과는 모두 알짜 계열사들이다.

한라건설도 자동차 부품업체인 새론오토모티브의 지분 22.99%를 모두 처분해 182억 원을 확보했다.

월드건설은 사이판에 있는 객실 265개 규모의 ‘사이판월드리조트’를 매각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사이판 현지 리조트 중 객실 점유율이 1위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9월에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있는 주택사업용지를 300억 원에 팔았다.

현진도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중국 쿤산(昆山)경제기술개발구에 사 뒀던 땅 3만 m²를 매각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은 35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8월에는 오피스빌딩 등을 짓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사 뒀던 땅을 1500여억 원에 팔았다.

○ “살릴 곳과 포기할 곳 가려야”

건설사들은 각종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갈수록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우량 건설사들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기 상환도 힘들다는 것. 게다가 자금난을 겪는다는 루머만 돌아도 이름이 거론된 건설사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건설사 지원과 관련해 사업구조 자체는 탄탄한데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빠진 업체를 구제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 업체는 시장원리에 따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에 대출 연장을 강요하면 관치금융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국책은행이 정책 자금을 건설사 지원에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시공능력 41위…‘미소지움’으로 유명

입주 지연될수 있어도 대금은 안떼여

■ 신성건설은 어떤 회사

신성건설은 지난달 31일 55억 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해 마감시간을 네 차례나 연장한 끝에 1차 부도를 막았다. 하지만 어음을 더는 막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1952년 신성전기기업사로 출발해 1968년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 아파트를 건설하고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를 짓기도 했다. 상반기(1∼6월) 매출액 3232억 원과 영업이익 195억 원의 실적을 냈으며 주택 토목 건축 플랜트 등 사업부문이 다각화돼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총 70건의 공사를 진행 중. 그중 아파트 사업장은 △충북 청주시 용정지구(1285채) △경기 평택시 비전동(144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57채) △경남 김해시 어방동(362채) △부산 서면(473채) △서울 중구 흥인동(501채) △경기 화성시 향남면(330채) 등 7곳.

이들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에 들어 있어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대금을 떼이거나 입주를 못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시적인 공사 중단에 따른 입주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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