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부는 정치이슈에만 매달려”
“요즘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여야가 (쌀 직불금, 수도권규제완화 등) 정치적 이슈에 얽매여 금융위기 타개책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다면 문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스템이 안정돼야 하며 특히 국회가 중요하다. 재정부, 한국은행도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정택(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1일 내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국이 처한 심각한 경제상황을 팽개친 채 정치권과 정부가 정치적 문제에 매달려 있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책연구기관장이 정치권과 정부의 행태에 정면으로 쓴소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현 원장은 “선진국 성장률 전망이 일제히 마이너스인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세계경기 하강 속도만 놓고 봐서는 1, 2차 오일쇼크 때와 다름없다”며 “특히 금융은 앞으로 3개월이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누가됐건 간에 초당적, 초계파적 협력이 있는지 여부”라면서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명한 철학의 차이와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 앞에서도 1월에 나온 감세조치에 합의해 5월에 지출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것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보여준다면 300억 달러 한미 통화스와프협정 체결 이상의 심리적 안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나 내년 예산안 등 시급한 현안은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