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가속 → 고용위축… GDP 증가율 3년연속 하락할 듯
유가 떨어져 경상흑자 86억달러-물가상승률 3.6% 점쳐
“재정확대-금리인하-감세 적절… 단기 SOC사업 집중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03년(3.1%) 이후 6년 만의 최저치인 3.3%로 전망했다.
KDI는 12일 발표한 ‘2008∼2009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5.0%)보다 0.8%포인트 하락한 4.2%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또 내년 성장률은 여기에서 추가로 0.9%포인트 떨어진 3.3%에 그쳐 GDP 증가율이 3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선진국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국 경제 역시 ‘혹독한 겨울’을 예상하는 것.
○ 물가, 국제수지는 비교적 좋아
KDI가 내놓은 전망치는 정부가 3일 내놓은 성장 목표치(4%대)는 물론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각 3.6%), 한국경제연구원(3.8%) 등 10월 들어 국내 주요 민간 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당장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DI는 실업률 자체는 3.6%로, 올해(3.2%)보다 0.4%포인트 오르겠지만 여기다 취업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비경제활동인구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KDI 김희삼 연구위원은 “경기가 어려워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구직단념자와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거나 학원 등에 다니는 통학 인구 등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최근 들어 고용시장의 핵심 인력인 30, 40대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증가율도 올해(4.8%)보다 낮은 3.6%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해 국민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것이라고 봤다.
그나마 반가운 전망도 있다.
KDI는 경상수지가 올해는 82억 달러 적자를 보이지만 내년에는 86억 달러의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경기 위축으로 수출증가율이 3.2%에 그치겠지만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리면서 수입증가율이 0.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달러가 많이 들어와 환율이 안정되고 결과적으로 대외신인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효과 검증 사업에 재정 집중해야
KDI는 최근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위기 극복 대책들 가운데 재정을 충분히 풀고, 세금을 내리며,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추가 감세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적 경기둔화에 대해서는 감세보다 일시적 재정지출 확대가 내수를 부양하는 데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KDI는 현 시점에서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우선 금융시스템의 확고한 신뢰 회복 및 유동성 확보가 필수라고 주문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대출로 부실해진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동철 KDI 연구1부장은 “재정 지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타당성 검증을 통해 확정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심으로, 특히 단기간에 마칠 수 있는 사업을 골라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면 지출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