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절감 화학공정 게임하듯 찾아내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2시 59분


LG화학 기술연구소 PMS팀 연구원들이 13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율성 높은 최적의 화학공정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조용우 기자
LG화학 기술연구소 PMS팀 연구원들이 13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율성 높은 최적의 화학공정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조용우 기자
■ LG화학 대전 기술硏 PM&S팀

컴퓨터 시뮬레이션 통해 최적방법 발견

현장 - 연구실 쌍방향 채널로 공정 개선

대전 유성구 문지동 LG화학 기술연구원 한쪽 끝에 자리 잡은 PM&S(공정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팀 사무실. 10명 남짓한 연구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하 듯 모니터를 주시하며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화학 공정을 찾고 있었다.

LG화학이 안팎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이후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데는 이들의 숨은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2006년 LG화학 PVC사업 부문은 원재료 가격 인상과 중국산(産) 저가 제품의 공세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었다.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의 PVC 원료 생산팀은 PMS팀에 ‘SOS’를 보내 공정 개선을 요청했다.

PMS팀 연구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3개월여간의 시뮬레이션 작업 끝에 최적의 공정을 찾아냈고, 이로 인해 이 공장에서만 매년 1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LG화학 기술연구원에 PMS팀이 만들어진 것은 5년 전. 처음 팀이 꾸려졌을 때만 해도 연구소 내 다른 연구원들조차 “이게 무슨 연구냐.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거냐”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이 회사 PMS팀은 요즘도 다른 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조직이다.

이들은 복잡하고 위험한 화학공정을 개선할 때 실제 실험에 앞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LG화학의 새로운 공정 개발, 물류시스템 개선, 생산계획 최적화 등 ‘효율성’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뒤에는 PMS팀의 숨은 노력이 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팀원 10여 명이 매년 평균 100억 원 이상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로젝트 하나로 3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줄이기도 했다.

LG화학 PMS팀의 컴퓨터는 현장과 연결돼 있어 모니터로 공정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종구 PMS팀장은 “우리 팀은 800여 명이 있는 이곳 연구소 내에서 현장과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문제를 파악해 PMS팀에 알려오면 최적의 공정을 찾아내 ‘피드백’해 주기도 하고, PMS팀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공정을 보다 문제가 발견되면 현장에 곧바로 알려주는 ‘쌍방향’ 공정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PMS팀은 통상 다른 연구개발(R&D)이 성과로 나타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결과가 몇 개월 내에 나온다. 이 같은 얘기가 사내에 알려지면서 요즘에는 현장은 물론 사내 곳곳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많아져 ‘사내 컨설팅 팀’으로 불리기도 한다.

2년 전부터 PMS팀은 에너지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이 팀장은 “제품 사이클이나 시장 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해 시장 환경에 관계없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상은 에너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전=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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