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5명이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을 제시했다. 이들은 12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보낸 에세이 형식의 기고문을 통해 세계 금융시스템 개편과 규제강화의 필요성, 자본주의 시스템의 재검토 등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글로벌 위기에는 글로벌 해결책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우리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운영은 개별국가들이 한다. 그러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글로벌 해결책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면 개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금융시스템을 마련하자. G20 회의에서 유럽과 아시아 지도자들이 글로벌 금융체제를 선도하길 바란다.
자율규제 실종땐 극심한 불평등 초래
▽폴 새뮤얼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시장을 이용한다는 것이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규제 없는 자본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시스템은 자기규율을 하지 못하고 시스템적으로 심한 불평등을 초래한다. 2001∼2008년 미국에서는 일반 직원 급여의 40배였던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400배를 넘어서면서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제는 중도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은행-헤지펀드에 직설적 규제 펴도록
▽라인하르트 젤텐 독일 본대 교수=많은 사람은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끝없이 오를 것으로 봤다. 돈과 인구는 많아지는데 땅은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은 항상 오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기대가 넘치는 시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금융시장의 규제가 중요하다. 새로운 규제정책을 직설적으로, 회피할 수 없도록 만들어 은행, 헤지펀드 등에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은행산업 자제력 부재가 실패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미국 은행산업의 자제력 부재가 실패의 원인이다.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은행을 놔두고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가, 벤처캐피털, 헤지펀드를 규제하는 것은 사회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들을 규제하는 실수를 범한다면 혁신, 노동의 보상, 일자리 공급은 어려워질 것이다.
FRB 공격적으로 현금공급 늘려야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이제는 경기침체가 급박한 당면 사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역할은 더 많은 현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공격적으로 정책을 펴나간다면 1982년보다 심각한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플레가 발생하면 재빨리 자금을 회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