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투자” “확실한 지원” 건설업 두고 이견도
“금융권과 기업은 수어지간(水魚之間)입니다.” 주요 경제단체장과 금융기관장이 13일 만나 실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애로상담센터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과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장 등 금융기관장들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최근 국내외 금융환경과 실물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회장은 “최근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렵고 중소 수출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기업과 금융은 상호 의존적이며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도 “기업과 금융은 물과 물고기와 같아서 뗄 수 없는 사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상생협력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경제계와 금융계가 2차례의 오일쇼크와 1990년대 말에 발발한 외환위기 극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어낸 값진 경험을 되살려 지금의 경제난을 큰 틀에서 함께 타개해 나가기로 했다.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금융기관장들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내년 5000억 원을 추가 출연(出捐)하는 것을 정부가 준비하고 있으며, 은행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신용보증기금에서는 무역기금은 보증 대상이 아니지만 보증 대상으로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100대 건설사가 단체로 대주단(貸主團) 협의회에 가입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기업들의 금융 경색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다만 건설업계 등 자금난이 심한 업종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관한 시각은 엇갈렸다.
한 금융권 참석자는 “은행도 한정된 자원으로 각 기업에 나눠주는 입장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옥석을 가려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은 “옥석을 가리는 점은 이해하지만 은행권이 1위에서 100위까지의 독립 건설사들을 조사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부실기업 등을 명확히 구분해 달라”며 “다만 지원해 줄 만한 건설사에는 확실하게 지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재계에서는 이희범 무역협회장,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이 참석했다.
또 금융계에서는 유지창 은행연합회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진동수 수출입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김종배 산업은행 수석 부행장,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 장병구 수협 신용대표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