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라 안팎이 돌아가는 형국을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 사상 최고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업종이 역술가와 정신과라는 자조적인 농담도 나오는 판이니 정말 우울한 시절이다.
하지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자(戊子)년 금융대란’(후세 역사가들이 올해 금융위기를 이렇게 부를 것이다) 난리통에 기본적인 분석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됐지만 그래도 주식에는 최소한의 가치란 것이 있다.
설사 부도가 난다 하더라도 기업은 청산가치가 있고 나라로 봐서는 그 나라 전체의 경제력이란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장기적으로 개별 주가는 그 기업의 실적에 그리고 종합주가지수는 그 나라의 국민소득, 즉 국부와 정비례 관계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상황을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자. 1980년 코스피는 100으로 출발했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000달러대였다. 이후 이런저런 고비를 넘기면서 28년이 흘러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돌파했다. 코스피도 2,000을 넘었다. 경제력과 증시가 완벽하게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8년간 국민소득이 20배 늘었고 주가지수도 20배 상승했다. 올해는 환율이 폭등하는 바람에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내려가겠지만 원화 표시 소득은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10월 ‘제2의 외환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코스피는 장중 900을 깨고 내려갔다. 단순하게 본다면 코스피 900은 소득 9000달러에 맞는 주가 수준이다. 주가가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선제적이고 충분하며 확실하게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장은 단기적으로 펀더멘털과 아무런 상관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주가와 기본 경제력 사이에 지나친 괴리가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오래갈 수 없다.
전 세계 주요국 금리가 제로에 접근하고 있고 경기부양책도 속속 시행되고 있다. 시장이 ‘상식’을 되찾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