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 가구 세금환급 요청 러시 전망
참여연대 “헌법정신 도외시한 결정”
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게 되자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세금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안도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에 각각 15억 원, 18억 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안모(46) 씨는 “올해 종부세로 2000만 원 이상 내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는 부부 공동 명의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아파트를 28억 원에 매물로 내놓은 손모(60·여) 씨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집을 팔려던 계획을 바꿨다. 손 씨는 “세금 부담이 줄어든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값을 받고 팔겠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대형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데 따른 부담을 덜었다며 반겼다.
가구별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이미 종부세를 낸 16만 가구로부터 환급 요청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조용했다.
강남구 도곡동 뉴욕부동산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문의 전화가 전혀 없다”며 “정부가 이미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데다 집값이 계속 내리고 있어 종부세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깊어 헌재의 이번 결정이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기에는 고가 주택 선호도가 떨어지는 데다 가격 부담도 커서 고가 주택 수요가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고가 주택을 보유하려는 경향은 강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팔지 않고 지켜보거나 일부에서는 매물을 거둬들일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 등으로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매물 회수로 집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고가 주택 가격이 회복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종부세까지 사실상 효력을 다해 경기가 회복되면 서울 강남 일대의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달아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의 가구별 합산이 위헌으로 결정됨에 따라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주택을 부부 공동 명의로 하거나 증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참여연대는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국가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등을 위해 경제에 관해 규제할 수 있다는 헌법 정신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