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경제정상회의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지만 참가국 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탓에 광범위한 합의에 이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G20 회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해 처음 정상급 회담으로 개최하는 것이긴 하지만 유럽연합(EU)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 만큼 유럽과 신흥국은 공세적, 미국은 수세적으로 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주 정상회의를 통해 △헤지펀드 등 투기성 펀드와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는 나라와 도시를 규제하고 △국제신용평가기관에 등록의무를 부과해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막을 수 있는 국제법을 제정하자는 내용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마련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은 유럽의 주장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를 통해 금융개혁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나아가 물러나는 부시 대통령 대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100일 이내에 유럽에서 다시 회담을 열어 개혁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은 시간을 갖고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원한다.
G20 회의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주체에 대해서도 유럽은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 G20 회의를 소집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다. 유럽은 선진 7개국(G7) 확대에는 동의하되 G7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동을 대표하는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를 합친 G13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호주 등 전통적으로 미국과 관계가 깊은 나라들이 회의체 안에 들어와야 자신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G20을 선호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재편에 관해서는 미국 유럽 신흥국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금본위제의 폐지로 이미 한 축이 무너졌지만 브레턴우즈 체제의 산물인 IMF는 남아 선진국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브라질 인도 등은 신흥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IMF에서 발언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내부에서는 프랑스가 미국 주도의 IMF 재편을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과 독일은 자국의 위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IMF 유지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