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내년 한 해 동안 창사 이래 최대인 6조 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실시한다.
이구택(사진) 포스코 회장은 최근 열린 사내(社內) 운영회의에서 “불황기에도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년에 예정된 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계획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내년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이 회장의 발언은 최근 일부 국내 대기업이 불황으로 투자를 축소하거나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 주재로 매달 열리는 포스코 운영회의는 서울과 포항, 광양 등 국내 주요 사업장을 영상으로 연결해 경영성과를 점검하고 주요 경영활동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효율적으로 적기(適期)에 투자하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부분에 대한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며 “위기는 곧 기회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내년 1월에만 약 2조 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 소결(철광석을 굽는 공정) 공장과 코크스(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드는 공정) 공장을 착공하고, 포항에는 열연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착공한다. 또 8월에는 3000억 원을 투자해 광양에 자동차강판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후판 공급을 늘리고 고급 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내년의 연간 국내 투자금액은 예년보다 50% 늘어난 6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황기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질이 높은 설비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스코는 과거에도 경기침체기에 투자를 확대해 경기회복기에 수익을 극대화한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재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불황기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업 경영의 기본 전략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기침체기에 투자를 늘린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갔을 때 성장성 및 수익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