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가 투자자인 양 매수 의사를 밝히자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계약자들이 내놓은 물량이 평형대별로 모두 확보돼 있다”며 “일부 급매는 분양가 그대로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오피스텔은 9월 분양 당시 평균 26.1 대 1, 최고 32.7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이 마감됐었다.
○ 금방 식은 청약 열기
‘로또’로까지 불리며 ‘청약 광풍’ 현상을 일으켰던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9월 22일 오피스텔 전매 제한 시행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오피스텔이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청약 열기가 빠른 속도로 식고 있는 것.
이는 11·3 대책으로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려 아파트 전매 제한이 가능해진 데다 대출 제한이나 종합부동산세 같은 아파트와 관련된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파트를 사거나 파는 데 제약이 없어진 상황이어서 ‘대체 투자처’라던 오피스텔의 매력이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리고 여러 개를 청약 받은 투자자들은 대출 금리 부담 등으로 분양가에라도 팔겠다는 의도지만 정작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신림동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 마감 직후 되팔아 500만 원 정도 시세 차익을 본 사람도 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이 10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근 I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전화로 시세를 묻기만 할 뿐 실제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 호가 위주의 ‘오피스텔 프리미엄’
청약 광풍을 이끌었던 인천 송도 오피스텔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5년 분양 당시 평균 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포스코건설의 ‘더샵 퍼스트 월드 1차’는 현재 프리미엄이 최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프리미엄이 2억 원까지 치솟았던 109m²의 경우 7600만 원, 1억 원이 붙었던 56m²는 3200만 원, 8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던 50m²는 3600만 원 선으로 내렸다.
지난해 4월 123채 분양에 59만7129명이 몰려 4855 대 1이라는 청약 경쟁률을 보인 ‘코오롱 더 프라우’도 당초 1억∼2억 원의 프리미엄은 충분히 붙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호가 기준으로 3000만∼4000만 원의 프리미엄만 붙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대출을 받아 계약금 10%만 납부하고 되팔아 단기 시세 차익을 보는 식의 오피스텔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오피스텔은 투자의 특성상 초기 분양 이후 여러 번 되팔아 프리미엄이 증가한 분양권이 많은 만큼 자칫 잘못해 상투를 잡을 경우 중도금과 은행 이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틈새 상품인 오피스텔은 불황기 때 수요가 급격히 냉각돼 환금성이 절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지금은 예금 대출 금리가 높고 임대 소득세, 재산세 등을 고려할 때 시중 금리 이상의 임대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도 “여유자금이 있다면 임대수익이 나올 만한 서울 역세권 소형 평형 오피스텔에 투자하되 당분간 매수세가 없는 만큼 대출을 받아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