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차는 빨라진다?’
17일부터 수도권이 영하로 떨어지며 본격적인 겨울 분위기로
들어섰습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부근의 은행나무도 영하의 기온을 예감하듯 노란 단풍잎을 모두 떨어내며 월동 채비에 들어갔더군요.
기온이 떨어지면 자동차도 변합니다.
차가운 공기는 엔진의 냉각을 돕고 연료를 태우는 산소의 비율도 높아져 출력이 올라갑니다.
일반적으로는 체감하기 힘들지만 레이싱에서는 경기 결과로 바로 나타납니다. 》
경기 용인시 스피드웨이의 랩타임 기준으로 11월의 기록은 7, 8월 경기 때보다 1∼2초 앞당겨집니다. 슈퍼2000 경기의 경우 올해 6월의 최고 랩타임은 1분13초대였지만 16일 경기에서는 1분12초대로 앞당겨졌습니다. 최고속도도 증가합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시속 190km를 턱걸이하는 2.0L 중형차를 겨울철에 테스트해보면 시속 200km를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온에 따라 출력이 10∼15% 차이가 난다고 말합니다. 출력의 차이는 곧바로 연료소비효율로 연결됩니다. 다만 무조건 춥다고 출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엔진이 과하게 냉각되면 연소 효율이 떨어져 출력과 연비 모두 감소하게 됩니다. 엔진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영상 10도 안팎이라고 보면 됩니다.
4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그렇다지만 연중 영상 30도를 넘나드는 적도권과 겨울철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캐나다와 러시아,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래서 아예 지역 실정에 맞게 차를 만듭니다.
중동 버전은 엔진 냉각계통을 크고 강하게 만들고 에어컨의 성능도 높입니다. 반대로 추운 지역에 판매하는 차량은 아예 에어컨이 없는 경우도 있고 혹한 때 시동이 잘 걸리도록 배터리의 용량이 큰 편입니다.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자동차에 나타납니다. 금속들이 수축하면서 자동차의 문이 잘 닫히지 않거나 유리창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헐거웠던 전기 커넥터는 접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동이나 전조등이 꺼질 수도 있고 일부 전기장치가 작동하지 않기도 합니다. 영상 40도 이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상증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영하 40도까지 떨어진 알래스카의 외진 도로에서 시동이 꺼진 뒤 다시 걸리지 않는다면 탑승자는 차 안에서 몇 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요. 그래서 자동차는 성능보다는 신뢰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곧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알래스카만큼은 아니더라도 겨울철에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자동차에 신경을 써야 할 때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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