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내 부실자산 염려되면 환매 고려를
금융위기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채권형펀드의 환매 연기도 이어지고 있다.
4일 도이치투신운용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성건설 채권이 편입된 9개의 펀드에 대해 환매 연기를 공시한 데 이어 13일 플러스자산운용은 대우차판매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편입된 ‘플러스탑시드채권혼합160’에 대해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플러스자산운용 측은 “시장에서 대우차판매의 ABCP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12, 13일 이틀 동안 설정액의 절반 수준인 600억 원의 환매 요청이 몰렸다”며 “지금 기업어음(CP)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유동화를 시킬 수 없어 환매를 일시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환매 연기는 펀드 내 자산이 부도가 나는 등 환매가 어려워질 때 자산운용사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이후 판매사를 통해 통보되는데, 일단 환매 중단이 결정되면 투자자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자산운용사 측은 환매 연기를 발표한 이후 6주 안에 수익자 총회를 열어 환매 연기 기간, 환매 재개 이후 환매금 지급 방법 등을 결정해야 하지만, 여기서 투자자의 의사가 반영되기는 힘들다.
실제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주가연계펀드(ELF)에 대해 환매를 연기한 일부 운용사의 수익자총회에서 투자자들이 환매 연기에 ‘부결’ 의사를 밝혔지만 결정사항은 변하지 않았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는 “수익자총회에서 환매에 관해 정한 사항의 실행이 불가능한 경우, 계속해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펀드 내 부실자산과 정상자산을 분리한 뒤 정상자산만 환매를 재개하기도 한다. 이 경우 투자자는 정상자산에 대해서는 당시 기준가에 맞춰 환매를 할 수 있지만 부실자산은 언제, 어느 수준의 기준가로 환매가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도이치투신운용도 신성건설 채권이 편입된 펀드를 정상자산과 부실자산으로 분리해 정상자산에 대해서는 먼저 환매를 재개하고, 이후 신성건설의 처리 절차에 따라 부실자산 환매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평소 펀드의 운용내용을 꼼꼼히 살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주식형펀드는 투자자가 한 달 전 투자내용까지만 볼 수 있지만, 채권형펀드는 판매사에 요청하면 바로 전날의 투자내용도 볼 수 있다”며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의 펀드 내 부실 우려 자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부 환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