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주단 협약 설명회 엇갈린 속내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3시 00분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은행연합회 주최로 열린 ‘건설사 금융지원 설명회’.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각 건설사의 재무 담당자들은 질문을 쏟아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원대연 기자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은행연합회 주최로 열린 ‘건설사 금융지원 설명회’.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각 건설사의 재무 담당자들은 질문을 쏟아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원대연 기자
은행聯 “대주단 가입해도 경영간섭은 없다”

건설사 “자구책 내놔라, 서류 내놔라 할 것”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대주단 협약 설명회에는 500여 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최근 주채권은행들이 상위 100대 건설사의 등급을 매겨 7개 이상 회사에 대해 자금 지원 중단을 검토하는 등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보 18일자 A1·3면 참조

건설사 7곳 자금지원 제외 검토

부실 건설사 퇴출 착수… “올 것이 왔다” 업계 뒤숭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언론에 자신의 회사가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대부분 회사 배지를 떼고 왔다. 많은 관계자는 명함을 건네는 것도 주저했다. 조심스레 기자에게 은행의 심사 결과와 경쟁 업체의 동향을 묻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대주단 협약 가입 여부에 따라 사실상 퇴출 여부가 결정되는 것에 대해 깊은 불안감을 보였다. A, B등급으로 분류돼 가입이 가능한 업체들도 가입으로 인해 불이익이나 경영권 간섭을 받지 않을까 불안해했다.

S 건설사 재무부장은 “대주단 가입 대상이 부실징후가 있거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고 알려진 마당에 누가 선뜻 들어오려고 하겠느냐”며 “더구나 경영권 보장도 안 된다는 얘기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장덕생 여신외환부장은 “대주단에 가입하면 지원자금의 용도 확인정도만 관리할 뿐 그 이상의 경영권 간섭은 없다”고 강조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결국 자구책을 내놔라, 서류를 내놓으라 하면서 경영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대주단 가입 전에 구체적으로 경영권 통제의 한계를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체의 관계자는 “대주단에 가입하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외국 금융회사들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합회 측은 대주단 협약이 회사채등급 BBB- 이상인 ‘정상’ 기업 지원을 위한 것이라 ‘부실’ 회사가 대상인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또 마감시한 없이 2010년 2월까지는 언제든지 가입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참여한 금융회사 관계자들도 혼란스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종합금융회사의 심사팀장은 “금융회사의 대주단 가입은 감독당국의 권고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했는데 은행이 업체 지원 여부를 결정하면 제2금융권 회사는 결정권도 없이 부실 위험만 떠안게 돼 있다”고 성토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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