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 “필요한 얘기는 없고 기존 지원책 되풀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연합회의 ‘조선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 참석한 중소 조선업체 관계자들이 연합회 측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조선업체 관계자들은 “조선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책 얘기는 없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원대연 기자

■ 금융지원 설명회 현장

“아파트를 지어놓고 분양을 못하는 건설사와 수주를 해놓고 자금 조달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조선사를 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

“지금 급한 건 선수금환급보증서(RG·Refund Guarantee) 발급과 신생 조선사에 대한 시설자금 대출인데 왜 패스트 트랙 얘기만 하나.”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연합회의 ‘조선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 참석한 중소 조선사 관계자들은 설명회가 끝난 후 허탈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70곳 정도의 중소 조선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희영 은행연합회 사무국장 등이 나와 은행업계의 중소기업 신속지원(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에 대해 주로 설명했다.

문 사무국장은 주채권은행이 중소 조선사를 A∼D등급으로 나눠 A, B등급만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A등급은 정상 기업, B등급은 유동성 지원 필요 기업, C등급은 부실 징후 기업, D등급은 회생 불가능한 기업으로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설명회에 온 조선사 관계자들의 상당수는 등급 설명이 아닌 RG와 시설자금 대출에 관한 은행의 지원책을 듣고 싶어 했다.

조선사는 선주(船主)와 선박발주 계약을 맺은 뒤 금융회사에서 RG를 받아야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타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RG를 잘 내주지 않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소 조선사의 재정 총괄 임원은 “은행들이 RG를 내주지 않아 수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고, 수주를 한 뒤에도 시설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건조 작업도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미 은행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패스트 트랙 설명을 할 거였으면 이런 자리가 필요했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정책을 입안할 수는 없다. RG 문제는 의견을 수렴해 건의토록 하자”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조선사 구조조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에서 “조선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문제를 겪는 중소형 조선사가 있다”며 “경쟁력 있는 조선사는 패스트 트랙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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