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CEO를 위한 청소년 경제교실]<제3강>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3시 00분


1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에 참석한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송병락 자유기업원 이사장이 ‘기업을 알면 경제가 보인다’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홍진환 기자
1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에 참석한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송병락 자유기업원 이사장이 ‘기업을 알면 경제가 보인다’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홍진환 기자
세계는 지금 경제전쟁 중… 기업들 최전선서 경쟁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1등 하는 기업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을 살려야 나라도 살고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15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동아일보사와 대한상의 공동 주최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 세 번째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강의에서 송병락(서울대 명예교수) 자유기업원 이사장은

‘기업을 알면 경제가 보인다’라는 주제로 국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경쟁의 치열함, 기업의 중요성, 전략의 필요성 등에 대해 강연했다. 송 이사장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렇게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2시간여 동안 경제와 기업에 대해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 미국, 경제전략으로 옛 소련 무너뜨려

현재 한국이 ‘전쟁 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지금 세계는 분명히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제 전쟁은 상대가 공격해도 공격하는지도 모르고 무방비로 당한다. 미사일과 총으로 하는 무력 전쟁처럼 공격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침투해 왔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떠나기 때문이다. 미국 후버연구소의 한 정치학자는 “소련이 사라지고 공산주의가 몰락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소련을 경제적으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대외정책으로 소련은 무기 개발에 매년 400억 달러를 써야 했다.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파산 직전 상태였던 소련은 이런 막대한 지출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레이건 대통령은 군사 전쟁을 하지 않고도 경제 전쟁만으로 소련을 이길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인구 400만 명이 조금 넘는 도시국가다. 싱가포르 정부도 자신들의 몸집이 작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력 전쟁을 피하기 위해 강한 경제를 이용한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호주 등에 공항을 만들어 놓고 적국이 싱가포르 공항을 폭격해도 항공기를 띄울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런 방식으로 싱가포르는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우리를 공격하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경제 전쟁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즘 한국도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가면서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일을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기업이 잘돼야 국민 모두가 행복해진다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는 기업이 있다. 튼튼한 기업이 많이 있어야 다른 나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국가도 안전해지고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

한국의 10대 그룹 293개사의 총자산은 7167억 달러로 이는 미국 그룹 제너럴일렉트릭(GE)의 총자산 795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이 9713억 달러인데 미국 씨티그룹의 자산은 2조1876억 달러,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자산은 3조7832억 달러다. 종업원이 5명 이상 있는 기업의 수를 비교해 보면 미국이 375만 개, 일본이 233만 개, 한국은 53만 개 정도다. 일본과 미국의 인구가 한국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

선진국들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미국 기업은 경제단체 등을 통해 지원을 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국제기구도 미국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정부도 미국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기업을 감싸고 있다.

기업은 단순히 돈만 버는 곳이 아니다.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국가에 막대한 세금을 냄으로써 정부를 유지시키고 인재를 양성해 한국인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자산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한다. 송 이사장은 “기업은 행복을 만들어 내는 곳이고, 또 그렇게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나만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파리가 하루에 100km를 갈 수 있을까? 스스로 날아가려 한다면 불가능하겠지만 100km를 달리는 말의 엉덩이에 붙어 있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이처럼 국가와 기업, 개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의 전략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표적인 기업 모델에는 경제 중심의 미국형, 인간 중심의 일본형, 사회모델을 중시하는 독일형 등이 있다. 이 중 한국 기업이 무조건 따라가야 할 모델은 없으며 한국만의 모델을 만들어 기업을 발전시켜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송 이사장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세 건물을 한국 건설업체가 지었고, 세계 3대 조선업체도 모두 한국 기업”이라며 “이들은 모방이 아닌 ‘독창적 혁신’을 통해 제1의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모방해서 남을 따라잡으려고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 다음엔 혁신을 통해 ‘독창성’을 지녀야 경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 그는 참석한 청소년들에게도 “예쁜 사람을 따라 하려고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자신이 돋보이지 않는다”며 “남과 다른 ‘무엇’을 찾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 융합의 시대…“하나는 부족하다”

혁신에 이어 송 이사장이 제시한 또 하나의 전략은 ‘융합’이었다.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히 들고 다니는 전화기의 기능을 넘어 시계, 다이어리, 디지털카메라, 화상 통화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매칼래스터대의 잭 웨더퍼드 교수는 “몽골의 지도자였던 칭기즈칸은 몽골족의 스피드에 중국의 화약기술, 유럽의 주조기술, 중동의 화염방사기술을 융합해 대륙을 지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융합의 전략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일 뿐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근 대학생들이 여러 개의 전공을 공부하는 ‘복수전공’을 하도록 대학들이 장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송 이사장은 강의를 듣는 학부모들에게 “지금부터라도 다른 공부를 더 해보길 권한다”며 “나도 얼마 전부터 사진 공부를 하면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이날 강의를 위해 준비해 온 강의안 사이사이에 다양한 종류의 사진을 끼워 넣었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었다. 송 이사장은 “다른 사진사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무궁화를 찍는 사진사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의의 마지막은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베트남의 보응우옌잡 장군의 말을 인용했다. “이길 수 있는 전략은 반드시 있다. 최고의 전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략이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전략의 10대 원칙

1 항상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2 자신의 강점을 알라. 단점보다 강점을 보완하라.

3 패러다임 변화를 잘 읽고 변화를 이끌어라.

4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라. 차이점은 차별화 전략으로 써라.

5 조직과 시스템의 힘을 알고 활용하라.

6 자신의 문화를 창조하라. 자신의 브랜드를 관리하라.

7 혁신을 하라.

8 나도 남도 승자가 되게 하라(윈윈 전략).

9 열등의식이나 우월감에서 벗어나라.

10 최선을 다하라.

::개인,기업, 국가의 경제규모

○ 에티오피아(인구 7000만 명)의 경제규모: 77억 달러

○ 북한(인구 2300만 명)의 경제규모: 208억 달러

○ 삼성전자(종업원 7만 명)의 매출액: 720억 달러

○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종업원 77만 명) 의 매출액: 751억 달러

○ 워런 버핏의 재산: 620억 달러

○ 액손 모빌(종업원 8만3000명)의 매출액: 3728억 달러

○ 월마트(종업원 205만 명)의 매출액: 3788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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