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대림산업이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서 개관한 ‘신계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업체 측의 설명에 따르면 14일 개관 이후 3일간 1만여 명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는 것.
한 관람객은 “개발 호재가 많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데다 분양권 전매도 할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지 몰라 청약을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얼음이 두껍게 깔린 부동산 시장에 봄기운이 미약하나마 불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출 제한 등을 완화하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알짜 분양 물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언제쯤 멈출지 확신하지 못해 여전히 주택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 건설사, ‘알짜’ 위주로만 분양
18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9∼11월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2만8900채로 분양 물량이 많았던 2003년(8만6802채)에 비하면 66%나 줄었다. 이는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향후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의 신규 분양 물량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인기 상품인 경우가 적지 않다. 건설사들이 분양 실패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대표급’ 상품 위주로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나올 신규 물량 중 주목할 만한 곳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들어서는 ‘용산트라팰리스’ 주상복합 아파트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건설부문)이 공동으로 짓는다. 모두 493채 중 161∼300m² 135채가 12월에 일반 분양 예정이다. 용산국제업무단지가 조성되면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옛 화이자 공장 터에 ‘광장동 e-편한세상’ 아파트를 내년 2월경 분양할 예정이다. 151∼215m²의 중대형 위주로 모두 289채가 지어진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이 가깝고, 서울 강남북으로 이동하기에도 편리하다.
2기 신도시 중 입지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광교, 판교 신도시에서도 물량이 나온다.
용인지방공사는 광교신도시 A-28블록에 113m² 단일형으로 700채를 12월경 분양한다. 광교산이 가까워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신분당선 연장선(2014년)이 개통되면 서울로의 접근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도 12월 말 판교신도시 A20-2블록에 122∼337m² 중대형으로 948채를 공급한다. 신분당선 판교역이 가깝고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등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다.
○ 분양권 매입도 고려할 수 있어
알짜 위주의 신규 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을 우려하며 망설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향후 실수요자의 청약 전략에 대해서 다소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자들이라면 개발계획이 확실히 잡혀 있는 곳의 아파트에는 청약을 할 만하다”며 “현재가 바닥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입주가 시작되는 2, 3년 뒤에는 경기 사이클상 다시 한 번 아파트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회복 등 국내 경기의 회복 신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주택 매입 시기를 미루는 게 낫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U&R컨설팅의 이재익 과장은 “내년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차라리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가 경기 회복세가 감지되면 분양권을 사들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