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검은 백조’는 금리로 다스리는 게 정석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3시 00분


요즘 미국 월가에서는 한 천재적인 괴짜 투자자가 쓴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이라는 책이 화제다. 이번 금융공황을 예언한 책이라고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며칠 전에는 저자에게 자문한 투자자문사가 저자의 책에서 주장하는 논리에 근거한 투자전략으로 10월 한 달간 110%나 되는 투자수익률을 올려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블랙 스완에 소개된 투자전략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90%는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나 현금으로 보유하고, 10%는 극단적인 콜옵션과 풋옵션을 매입해 보유하는 ‘풋콜 양 매입’ 전략이다. 이 투자전략은 시장이 급등하거나 급락하기 직전에 구축한다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파생상품 운용 전략의 하나다.

뜻하지 않은 호재(긍정적 검은 백조)가 발생하면 매입한 콜옵션에서 큰 이익을 내고, 대재앙(부정적 검은 백조)이 발생하면 매입한 풋옵션에서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 전략은 막연히 ‘검은 백조’를 기다리는 동안 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 투자자금을 모두 소진해 버릴 위험도 동시에 갖고 있다.

저자가 이 투자전략을 추구하는 이유는 요즘 금융시장이 검은 백조(대재앙)가 출현할 가능성이 기존의 통계적 확률보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시스템 교란 요인이 너무나 커져서 재앙이 과거보다 훨씬 더 쉽게 발생할 수 있고,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원인을 잘못된 통계이론에 근거한 금융회사들의 엉터리 위험관리시스템과 헤지펀드들의 방만한 파생상품 투기 거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일찍부터 세계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경고해왔고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주범으로 정상적인 감독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헤지펀드를 지목했다.

두 사람의 경고를 무시한 금융시장엔 결국 대재앙이 터졌다. 때늦게 현재 미국 의회에서 5인의 헤지펀드 관계자들이 심문을 받고 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규제강화에 관한 글로벌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사후 약방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원하지 않던 대재앙이 발생해버렸지만 폴 크루그먼의 처방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해법은 너무나 간단하고 명쾌하다. 각국 정부가 과감하게 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 때도 그렇게 치료했고,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때도 그렇게 치유했다. 1930년의 ‘대공황’과 1990년대의 ‘일본의 장기 침체’가 치료에 실패했던 이유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신속한 치료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훨씬 더 과감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지금 ‘풋콜 양 매입’ 전략을 취하고 ‘검은 백조’를 기다린다면 투자 수익은 어떨까? 이미 노출된 위험은 더는 위험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수익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제 또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검은 백조’를 매일 조금씩 피(손실)를 흘리며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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