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지원 없으면 1년내 300만명 실직” 읍소? 으름장?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3시 00분


청문회 나온 美 자동차 자존심… “돈 빌려달라”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18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앨런 멀럴리 포드,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릭 왜거너 GM 최고경영자.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청문회 나온 美 자동차 자존심… “돈 빌려달라”
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18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앨런 멀럴리 포드,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릭 왜거너 GM 최고경영자.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상원 청문회서 드러난 美 車산업 현주소

《침몰위기를 맞은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에 구제금융을 제공할지가 미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18일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서 빅3 최고경영자들은 정부 도움을 ‘호소’했지만 자동차 업계 책임론을 제기하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자동차 업계 상황이 급한 만큼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250억 달러를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의회가 승인한 용도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르면 20일경 실시될 상원의 표결 결과가 주목된다.》

공화 의원들, 경영실패 질타

“비효율적 생산방식-과도한 복지

살아남을 가능성 없는 사업모델”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산업 ‘빅3’의 경영 실패에 대한 질타와 함께 구제금융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자금 일부를 전용해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자는 민주당 방안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의 마이클 엔지(와이오밍) 의원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금융위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것처럼 주장하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비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퍼주기식의 노사 합의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해외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리처드 셸비(앨라배마) 의원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실패한 사업 모델’이라고 규정한 뒤 “빅3는 (구제금융보다) 파산보호 신청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도 “‘디트로이트(미국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이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빅3를 구제하자는 방안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켄터키 출신의 짐 버닝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를 비판하면서 “민주당의 제안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은행위원장도 “미국 자동차 산업이 붕괴하면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스스로 입힌 상처에 대해 치유책을 찾고 있는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미 의회가 승인한 구제금융 자금 7000억 달러 가운데 250억 달러를 떼어내 자동차 산업을 구제하는 데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9월에 구제금융 자금과 관계없이 미 의회를 통과한 미국산 자동차 연료소비효율 개선을 위한 250억 달러 지원과 함께 7000억 달러의 일부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과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빅3 CEO들 볼멘소리

“車산업 도산땐 파국적 대재앙 초래

250억 달러에 250억 달러 더 달라”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18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자동차업계에 대한 금융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은 의원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들은 자동차산업이 당면한 어려움이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판매 부진의 탓으로 돌렸다.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파국적인 대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포드자동차의 앨런 멀럴리 회장은 이날 “가뜩이나 취약한 미국경제에 미칠 거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자동차업계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며 자동차산업이 붕괴될 경우 닥칠 ‘재앙’을 볼모로 으름장을 놓았다.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회장은 “즉각적인 브리지론(담보 없이 빌리는 긴급대출)이 없을 경우 크라이슬러의 유동성은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럴 경우 퇴직 직원들의 의료비와 연금, 직원 월급을 지급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GM의 릭 왜거너 회장은 미국 자동차업계가 도산하면 1년 안에 3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앞으로 3년 동안 개인소득은 1500억 달러가 줄어들며 정부의 세수는 1560억 달러나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50억 달러의 지원이 이뤄질 경우 GM이 100억∼120억 달러, 포드 80억 달러, 크라이슬러 70억 달러 등으로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 의회가 긴급자금을 지원하면 이를 회생에 꼭 필요한 곳에 쓰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왜거너 회장은 “구제자금을 신차 개발, 부품 구매, 임금 등 필수적인 영업활동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동차 연료소비효율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자금 250억 달러 외에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로 250억 달러의 운영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비 개선 지원금 외에 추가적인 구제자금에 반대하는 반면 미시간, 오하이오 주 등에서 자동차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 임기 만료 이전에 자동차산업에 대한 구제안이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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