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때 도약’ 학습효과로 공격적 ‘미래투자’ 나선 기업들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5시 54분


어둠속에서 빛을 찾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분야로 확산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적 악화로 많은 국내외 기업이 감량 경영에 나섰고 이런 움직임은 경기를 더 얼어붙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불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눈에 띈다. 경쟁업체들이 주저하는 현실에서 선제적 투자를 하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겨울 한파 속에서 봄을, 심야(深夜)의 어둠 속에서 새벽의 빛을 준비하는 기업은 대부분 재무구조와 자금사정이 좋은 회사들이다. 》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창사 이래 가장 많은 6조 원 규모의 국내 설비 투자를 한다. 올해 국내 투자액(약 3조4000억 원)보다 2조6000억 원이나 늘었다.

현대제철도 충남 당진군에 건설 중인 일관제철소에 2조500억 원을 투입해 2010년 1월 완공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내년 투자 예정액은 올해(1조9500억 원)보다 1000억 원가량 증가한다.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점 등 백화점 세 곳의 마무리 공사와 대형마트인 이마트 점포 확충을 위해 내년에 1조 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최근 본사 옆에 있는 패션 쇼핑센터 ‘메사’ 건물을 130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은 이달 초 해외 법인장들에게 “불황기일수록 주춤거리기 쉬운데 이럴 때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예정된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KT도 경기침체와 통신시장 축소라는 악재 속에서도 신규 유망 사업인 인터넷TV(IPTV) 등을 위해 내년부터 2012년까지 1조5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부 기업은 과거 불황 때 과감한 투자라는 역(逆)발상으로 성공을 거둔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로 이번 경기침체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소기업 가운데도 투자나 고용을 늘리는 곳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알티베이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직원(130명)의 절반에 가까운 50명의 연구개발인력을 신규 채용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황기 때 투자를 잘하면 호경기로 돌아섰을 때 해당 업계 순위가 오를 수 있는 등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다만 자금사정에 여유가 없는 기업이라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해외 알짜 기업들의 가격이 떨어지고 엔화 가치 강세가 두드러지자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일본 석유화학업체인 미쓰비시레이온과 제약회사인 다이이치산쿄는 최근 아크릴수지 원료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영국의 루사이트인터내셔널과 세계 제약업계의 신흥 강자(强者)로 떠오른 인도 최대 제약회사 란박시 인수를 각각 결정했다. 일부 중국 기업도 해외기업 M&A에 적극적이다.

세계 금융위기의 본산지인 미국은 아직 ‘구조조정 모드’가 지배적이지만 중장비 생산업체인 캐터필러 등 일부 기업은 시설 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