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부활’ 내비치며 은행에 中企지원 압박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 부드럽던 全 금융위원장 ‘낫과 망치’ 발언 속내

부드러운 이미지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모습이 이번 주 들어 확 달라졌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관치(官治)’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가 하면 유동성 공급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수위도 이례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을 늘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계속된 당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민간 출신이라 위기 상황에 약하다” “손에 피 묻히는 사람이 없어 구조조정이 늦어진다”는 정부 안팎의 지적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열리는 한국시장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하고 있는 전 위원장은 19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 나왔던 다양한 위기극복 대처 방안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낫과 망치’는 외환위기 때 정부 주도로 기업, 금융회사 구조조정을 이끌던 ‘구조개혁기획단’이나 채권안정기금 등을 뜻하는 것”이라며 “둘 다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또 수년간 외형 경쟁에 치중한 은행들을 질책하며 “새로운 짝짓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노력을 강화하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시중은행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인수합병(M&A) 등이 본격화될 일은 없겠지만 중소기업 지원 등에서 당국의 요구 수준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 위원장은 “중앙은행이 원래 보수적 기관이지만 위기상황인 만큼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은의 유동성을 이용한 기업어음(CP) 매입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또 “한은이 2%포인트쯤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면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공급과 기준금리 결정권을 가진 한은으로서는 불쾌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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