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GM대우자동차는 본사인 미국 GM의 경영난에 따라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국내외 판매 부진에 따라 해외 공장 생산량을 줄이고, 희망퇴직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를 준비하고 있다.
여건이 더 악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도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선진국 업체처럼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국내 수요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자금 지원 △경차 자동차세 인하 △자동차 공채 매입 폐지 △경유차 환경개선비용 부담금 폐지 △하이브리드차 지원 등 5개항의 대(對)정부 건의안을 마련해 다음 주 중 정부에 전달키로 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구조조정 방안
르노삼성자동차는 21일 프랑스 르노 본사의 방침에 따라 매니저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 차원에서 4000명 감원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계열사에 대해 검토 방침을 지시한 결과다.
회사 측은 "자동차 산업 침체에 따라 임직원에 대한 인력 조정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차는 다음달 22일부터 근무일 기준으로 8일 간 부평, 군산, 창원 등 모든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내수 판매는 물론 수출량 재고가 늘어 생산라인을 일시적으로 멈추기로 결정한 것이다.
쌍용자동차도 이달 초부터 이미 사내 비정규직 직원 35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신청받기 시작했다. 대우버스도 최근 전체 직원 30%가량에 대한 희망퇴직을 받는 안에 대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량을 1만5000대 가량 줄이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감원이나 감산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기를 살려야…노사 문제 해결도 관건
자동차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 비용절감 노력 못지않게 공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국 업체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경쟁력이 있는 소형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하면 이번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미국 자동차 '빅 3'가 무너지면 현지 공장이 있는 자동차 업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대비해야 한다"며 "최근 경제위기로 미국에서 중·소형차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소형차 중심의 생산 및 노동 인력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위기 상황에서 노사 관계가 악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가 자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은 연계된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불필요한 노사협의 비용을 절감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