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이전한 삼성전자의 본사 사옥에는 과거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에는 없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새로운 공간은 2개층을 위아래로 터서 만든 복층 라운지 ‘아뜰리에’로 43층 건물에 모두 14개가 설치돼 있다.
삼성전자는 아뜰리에를 카페나 호텔 라운지처럼 꾸며 놓고 임직원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층마다 2대씩 설치된 에스프레소머신에서 커피도 제공한다. 회사 측은 7명의 바리스타(커피전문가)를 고용해 신선한 원두커피를 매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태평로 사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삼성답지 않은’ 공간”이라며 “출근 복장을 정장에서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꾼 것과 마찬가지로 삼성의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 사옥에 마련된 새로운 공간들은 ‘관리의 삼성’에서 ‘창조의 삼성’으로 전환하려는 경영철학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옥의 공간을 운영하는 ‘공(空)테크’를 보면 각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
레인콤은 최근 서초구 방배동에 새 사옥인 ‘아이리버 하우스’를 마련했다. 이 건물의 가장 높은 층인 8층 전체 공간을 디자이너들이 사용하고 있다. 사옥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공간을 디자이너들에게 내준 셈이다.
디자이너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할 수 있도록 바(bar) 형태의 공간도 만들었다. 바로 옆 책장에는 만화책이 가득하고 자동차와 헬리콥터 등 무선조종 장난감들도 있다. 창조적인 디자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이 회사의 디자인 경영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을지로2가의 본사 사옥인 ‘T타워’의 2층 공간을 통째로 비워 첨단 정보기술(IT) 전시관인 ‘티움(T.um)’을 만들었다.
이 전시관에서 소개하는 미래 IT서비스에는 휴대전화가 등장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IT를 생활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는 신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비전을 담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소프트 본사 15층의 옥상정원은 ‘세상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들자’는 이 회사의 기업목표를 상징한다. 약 400m² 넓이에 잔디를 깔아 만든 이곳은 직원들과 회사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휴식공간과 놀이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세상을 즐겁게 하려면 우리 직원들부터 즐거워야 한다는 회사의 방침을 반영한 공간”이라며 “(옥상정원에 접해 있는) 사장 집무실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일을 하면서도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재미(Fun)’와 ‘팀워크’를 기업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글로벌 인터넷기업 야후는 세계 공통으로 회사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디자인한 사내 카페 ‘야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