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손실에, 은행 외채에 한숨… 한국경제 큰 짐으로
지난해 50조 원 이상 급증한 해외투자 펀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힘겹게 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다.
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에 울고 한국 경제와 은행은 해외투자 펀드의 환 헤지에 따라 급증한 단기외채 때문에 신뢰도에 손상을 입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경상수지 흑자시대에 섣불리 해외투자를 장려한 정부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투자 펀드 판매에 열을 올렸던 금융권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2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해외투자 펀드 설정액은 올해 10월 말 현재 77조9949억 원으로 2005년 말(8조8104억 원)보다 69조1845억 원이 늘었다. 지난해 한 해에만 53조3546억 원이 급등했다.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린 은행들은 지난해 1조6824억 원, 올해 상반기(1∼6월) 8000억 원의 펀드 판매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은행 당기순이익의 11.3%다.
단기간에 해외펀드가 급증하면서 은행의 단기외채도 급증했다. 해외투자펀드 운용사들이 펀드 만기 시 받게 될 원리금을 환 헤지 하기 위해 달러를 선물로 판 것이 사태의 시작. 해외펀드 운용사로부터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은 나중에 달러가 들어올 것으로 대비해 그 액수만큼 달러를 해외에서 차입해 현물환 시장에 팔게 된다. 환율은 더 떨어지고 은행의 단기외채는 늘게 된다.
올해 6월 말 현재 대외채무(4198억 달러)의 36%에 해당하는 1518억 달러가 조선업체와 해외투자펀드의 선물환 매도에 따른 외채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중 500억 달러 정도가 해외투자펀드의 환 헤지 물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의 단기 외채는 조선업체가 선박대금을 받거나 해외투자 펀드의 만기가 돌아오면 달러가 들어오니까 ‘상환 부담이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해외 투자자들은 단기간 급증한 외채를 불안해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해외 주가가 폭락하면서 14일 기준 해외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9.04%로 원금이 거의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이처럼 평가 손실이 늘면 이번에는 미리 해둔 ‘환 헤지’ 규모를 줄여야 한다. 해외 증시가 폭락할 때마다 지난해와 정반대로 ‘달러 사자’ 주문이 나오게 되는 것. 최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함께 투신권의 해외펀드 관련 환 헤지 조정 물량이 꼽힌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현재로서는 해외 증시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