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명에 의존하고 자주 변경”… 한은 - KDI가 더 정확
외국계 투자은행(IB)인 UBS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의 과거 전망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몇 년간 한국에 대한 이들의 경제전망과 실적치를 비교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또 전망을 자주 바꿔 분석의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비관적 전망 주로 내놔
주요 투자은행이 한국에 대해 내놓은 최근의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이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주로 해 왔다. 실제 성장률은 이들의 전망치보다 훨씬 높게 나온 사례가 많았던 것.
주요 투자은행이 2005년 9월 발표한 ‘2006년 경제전망’을 보면 베어스턴스(5.2%)를 제외한 대부분의 IB는 한국 경제가 3∼4%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는 5.0%. 그해 성장률은 5.1%로 외국계 IB의 전망능력은 KDI와 한은에 비해 현격히 떨어졌다.
또 해외 IB가 2006년 10월 내놓은 2007년 경제전망 적중률 역시 실적치(5.0%)를 크게 밑돌았다. 이 해에도 가장 비관적인 전망(3.7%)을 내놓았던 UBS의 오차율이 가장 컸다.
2년 동안의 오차를 의식한 탓인지 지난해 10월 IB들은 2008년 전망치로 비교적 긍정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그중 가장 비관적이었던 UBS(4.2%)가 맞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UBS가 9월 중순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1년 전부터 예측하고 이렇게 전망했으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내년 성장률에 대한 IB의 전망치는 크게 엇갈린다. 국내 기관은 KDI(3.3%)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각 3.6%) 등 주로 3%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공식 전망치는 3.5%이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IMF가 곧 2%대로 낮출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 정부 “IB 전망치 못 믿어”
정부는 내년 성장률에 대해 당초에도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1.1%)를 내놨던 UBS가 마이너스 수치로 수정하자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UBS는 △민간 소비 증가율 ―2.2% △총자본형성 증가율 ―8.1% △수출 증가율 ―6.0%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봤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내년 초 1700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UBS의 예측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설 및 설비 투자 중심의 총자본형성 증가율이 ―8%라는 것은 기업들이 대거 파산한 극단적인 경우에나 일어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수치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KDI나 한은, 국내 연구기관들은 정기적으로 전망을 내고 잘 바꾸지 않지만 IB는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수치를 자주 바꾼다. 한두 명의 개인적 능력에 의존해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