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장점은 성격이 활달하고 남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성격이 급해서 일처리가 꼼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제 능력을… 네… 제 능력을…"
자신의 장단점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더듬고야 만다. 가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21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성취프로그램'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모의면접을 하던 현장이었다. 참가자들은 각각 구직자와 면접관으로 역할을 나누어 예상 질문을 묻고 답하느라 여념이 없다.
'성취프로그램'이란 6개월 이상 장기 실직자와 이직 및 전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 및 취업 기술 훈련 프로그램이다. 실직기간 중에 경험하는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치료하고 재취업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주일동안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2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구직자 13명이 참가했다.
모의 면접이 끝나고 각자 소감을 밝히고 보완점을 토론하는 시간. 참가자들은 마치 실제 면접을 마치고 돌아 온 것 같았다.
"어휴, 진짜 떨렸어요. 볼은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리고요."
"수백 번씩 연습해본 예상 질문인데도 머리 속이 하얗게 비었어요. 실전과 같은 조건에서 연습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면접관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도 '역할 바꾸기'로 얻은 것이 많아 보였다.
"면접관의 공격적인 질문에 당황한 적이 많았는데 막상 면접관이 되어보니 구직자에 대해 자세히 알고, 파악하고 싶어지더군요. 또,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이네요."
"오랫동안 집중을 해야 하니 매우 피곤합니다. 면접관의 지친 표정을 보고 '내 대답이 틀렸나 보다' 고 자신감을 잃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이어 자신의 면접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며 스스로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떠는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열심히 메모를 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석태선 직업상담사가 옆에서 함께 비디오를 보며 인터넷 은어를 사용하지 말 것, 면접관에게 골고루 시선을 보낼 것, 옆 사람의 대답도 경청할 것 등을 조언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서로 경력을 얘기하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대답 너무 잘 하시더라" "금방 취업 되겠어요" 하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는다.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 제대한 송모(27·서울 강서구) 씨는 미숙한 구직 기술을 개선하고 기업 분위기를 익히고자 지원했다. 송씨는 "군대와 일반 기업은 조직 분위기나 의사소통 방법이 많이 다른 것 같다"면서 "잠시 항공기 타이어 수리하는 일을 했는데 내 군대식 말투나 생활 방식을 동료들이 낯설어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3년간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 두고 1년 가까이 구직 활동 중인 정모(27·서울 영등포구) 씨는 직무를 바꿔 입사 원서를 넣고 있다. 정씨는 "경력을 살려 홍보 분야에 지원했지만 아직까지 긍정적 대답을 들은 곳은 없다"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요령을 배웠으니 다시 도전해 볼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성공 취업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의 취업 성공률은 62.7%였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석태선 직업상담사의 요즘 고민은 예전과 달리 20대 참가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2000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참석자 대다수는 30, 40대였다. 그러나 올해 청년 취업난으로 20대가 부쩍 늘어난 것.
석상담사는 "한창 나이인 20대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며 "실직으로 인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을 가장 먼저 가르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