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이기는 힘은 결국 사람" 아낌없이 뽑는다

  • 입력 2008년 11월 23일 19시 49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감원 등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그룹 및 기업에서는 올해 채용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야의 어둠 속에서 새벽의 빛을, 겨울 한파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경영방침이 투자에 이어 고용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본보 20일자 A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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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20일자 A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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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20일자 A5면 참조
日 “현금 쓸 찬스” 올해 해외 M&A 3.7배로 급증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7500명을 포함해 총 2만500명을 채용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삼성이 한국 경제에 갖는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며 "예전 같은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인재 영입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원가와 기술 경쟁력, SCM 강화 등을 통해 불황을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올해 초 채용 계획(4300여 명)보다 오히려 200명 늘어난 4500여명을 신규 채용키로 하고 그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인력 감축이나 채용규모 축소 대신 구매, 생산, 재고 관리 등의 시스템을 혁신해 원가 절감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LG그룹도 하반기(7¤12월) 대졸 신입사원 2900명에 대한 채용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채용 인력(1400명)의 2배를 넘는다. LG 측은 "연간 채용 규모(총 5500명)도 지난해(3000명)보다 83.3%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한 임원은 "휴대전화 사업 확장 등을 위해 하반기 채용 인력을 당초 계획(500명)보다 100% 늘려 1000명을 뽑는다"며 "희망퇴직 같은 인력 조정보다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불황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연초 채용계획(2000여 명)보다 50% 늘어난 3000여명(신입사원 1200여명+경력사원 1800여명)의 인력을 뽑기로 한 채용계획을 그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롯데와 신세계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과 해외사업 확대 등을 위해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롯데는 180여 명, 신세계는 100명 정도를 뽑을 예정이다.

불황의 여파가 가시화한 업종에서도 '인재 경영'의 의지를 버리지 않는 기업이 눈에 띈다.

STX그룹은 주력 업종인 조선과 해운 시황 침체가 가속하고 있지만 강덕수 회장의 강한 인재 경영 의지에 따라 채용 계획을 밀고 나가고 있다. 하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750명, 경력사원 500명 등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250명을 뽑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상황에 불황까지 겹친 현대아산도 구조조정 대신 재택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량을 조정하며 '함께 힘 모아 위기를 이겨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약업계에서도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주요 회사들은 당초 계획했던 채용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며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금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의 확보가 필요한데다 인력 구조조정 대신 원가 절감, 자산 관리, 공급망관리(SCM) 개선 같은 경영혁신을 불황 극복의 해법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동률 투자고용팀장은 "외환 위기 때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소속원들의 충성심(royalty) 약화 등 심각한 부작용도 낳았다"며 "대기업들은 위기를 이겨내는 것은 사람의 힘이란 걸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에 협조하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에 기업들이 솔선수범하자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부 종합

정리=부형권 기자 book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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