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고개 두바퀴 잘~ 나갑니다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박정남(32) 씨는 올해 초 출퇴근용 자전거를 샀다.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직장까지 출퇴근 시간에 차가 너무 밀리는 데다 걸으면 30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박 씨는 “자전거로 출근하면 10분 만에 직장에 도착할 뿐 아니라 밤늦게 택시를 잡지 못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며 “사내(社內)에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와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 자전거시장 2500억… 8년새 10배로

출퇴근-산악용 급증… 관련용품도 활황

자전거 판매가 올해 상반기(1∼6월) 고유가와 하반기(7∼12월) 경기침체로 크게 늘면서 자전거용 의류와 헬멧 등 관련 제품의 판매도 덩달아 뛰고 있다.

○ 불경기에도 호황인 자전거산업

자전거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시장은 약 2500억 원 규모다. 지난해 수입된 자전거는 237만여 대, 금액으로는 1981억 원어치다. 시장 규모와 수입 대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자전거 판매로 올린 매출액은 32억7300만 원. 올해는 10월까지 36억2300만 원어치를 팔아 이미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섰다.

인터파크의 10월 자전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늘었다. 올해 3∼6월 자전거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0∼70% 증가했고, 7∼9월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자전거 업계는 신바람이 났다.

관련업계 1위인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매출액 70% 이상을 차지하는 산악용 자전거가 꾸준히 잘 팔리고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선 조립할 필요가 없는 접이식 자전거가 인기”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39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는데 올해 9월까지 매출액이 633억 원이다.

삼천리자전거, 코렉스, 알톤, 디엠 등 4개사가 국내 자전거 시장의 60∼70%를 차지하며 나머지 60여 개 중소기업이 특화된 자전거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 자전거 관련 상품은 더 활황

인터파크에서 10월에 팔린 자전거용 헬멧, 고글, 보호대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9배로 늘었다. 자전거 의류는 3배로, 페달이나 안장 등 부품류는 1.2배로 뛰었다.

G마켓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260건이던 ‘자전거 의류, 보호대’ 판매는 올해 10월까지 2만600건이 팔렸다. 헬멧, 고글, 모자, 두건 등의 판매도 지난해 6050건에서 올해 10월까지 3만230건으로 5배로 증가했다.

정상희 인터파크 자전거 카테고리 매니저는 “자전거를 제2의 자동차로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올해 50만 원 이상의 고가 자전거가 많이 팔렸다”며 “이들은 자동차를 튜닝하듯 자전거를 손보기 때문에 자전거용품의 매출도 크게 뛰었다”고 분석했다.

○ 하지만 국내 생산 기반은 붕괴

자전거 판매는 급격히 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는 찾아보기 힘들다. 삼천리자전거를 포함해 대부분 자전거업체가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입해 오기 때문.

서태병 자전거공업협회 전무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연간 200만 대의 자전거를 만들어 수출까지 했지만 요즘은 국산 자전거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자전거 1대 만드는 데 부품이 300여 개 필요한데 한국에서 만들어선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이 없어지자 한때 40개를 넘던 자전거부품 회사들도 대부분 폐업했다. 이 때문에 자전거 대리점들은 수입 부품을 사용하고 있어 자전거 수리비를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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