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원금 최근 16년간 106조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눈먼 돈’으로 인식 지원금 부당수령 많아

“환경 개선-경쟁력 제고 효과는 미미” 평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농업 분야 투·융자사업에 집행된 중앙정부 예산은 모두 106조386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방비 보조와 사업자 자기부담분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127조1545억 원으로 늘어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대부분 경지 정리, 도매시장 건설 등 농가에 직접 가는 돈이 아니라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 예산”이라며 “농가 인구 1인당 농업 예산도 미국의 17%, 일본의 42% 수준으로 오히려 적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 보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업 환경 개선은 미미하고 경쟁력도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5.5%에서 2006년 2.6%로 떨어졌으며, 2012년에는 1.7% 수준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쌀 직불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농업 보조금의 상당수가 현장에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먼 돈’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본업인 농업보다 정부 사업의 지원금을 타내는 데 열중하는 농업인을 부르는 ‘다방 농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04∼2005년 경기 광주시의 소 매매상인 2명은 가축시장에서 구입한 소를 잠시 농장에 뒀다가 출하하면서 증명서를 받는 수법으로 소 생산자만 받을 수 있는 ‘한우품질고급화 장려금’ 1400만 원을 받았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2003년 경기 남양주시의 A 씨 등 9명은 ‘액체 비료 저장고’ 구입 가격을 속여 축산분뇨처리시설 지원금 1000만 원을 부당 수령했으며, 전남 영암군에서는 B 씨가 저가(低價) 트랙터를 고가인 것처럼 꾸며 융자금액을 362만 원 더 받고 자신이 부담해야 할 돈을 그만큼 줄였다.

감독 기관들은 실제 거래가격을 확인하지 않고 허위 영수증이나 농기계 본체 외부만 보고 지원금을 내줬다.

농업 분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농정(農政) 개혁안이 국회에서 가로막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1월 국회는 쌀 직불금의 지원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을 앞으로 5년 동안 17만 원(80kg) 선에서 고정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목표가를 16만1000원대로 낮춰 전체 지원 규모를 4000억 원가량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의원들끼리 만든 상임위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쌀 직불금 규모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관계자는 “농업 보조금 지원에는 여야 구분도 없다”며 “농식품위 의원들은 다 같은 ‘농촌당 의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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