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사업이 설계 단계부터 목표 잘못 잡아
애초 평균86점 후한 평가… 재정부 지적에 낮춰
‘농업종합자금과 비교해 사업 목적이나 내용, 수혜 대상에서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예산을 절감한 실적도 없다.’
지난해 총 융자 규모 3조1000억 원인 농축산경영자금 사업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실시한 자체 평가 중 일부분이다.
농식품부는 예산, 기금의 지원을 받은 농업 분야 정부사업 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전면적인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농축산경영자금 사업 등 ‘미흡’ 평가
연 3%의 이자를 받고 농가당 1000만 원 이내의 농업자금을 빌려주는 농축산경영자금 사업에 대해 농식품부는 ‘2007년도 재정성과 부문 자체평가 보고서’에서 농업종합자금 사업과 별 차이가 없다고 평가하고 ‘미흡’에 해당하는 51.6점을 매겼다.
또 농식품부는 이 사업이 소액 분산 지원돼 효율성이 낮으며 ‘나눠 먹기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업인의 상환 능력이나 소요 금액을 엄격히 검토하지 않고 대출하는 관행도 지적했다. 이 사업에는 지난해 2244억 원, 올해는 861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55.0점을 받은 과수경쟁력 제고 사업은 성과지표로 정한 자체보증 묘목 생산율이나 점유율 등이 사업목표인 과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큰 상관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국내 과수의 점유율이나 국내산과 외국산 간의 가격 비율 등이 아닌 엉뚱한 기준을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산을 썼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그 결과 이 사업이 성과지표 목표는 초과 달성했지만 당초 계획이 비합리적이었던 만큼 성과는 일부만 인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7만6000ha의 농지를 정비하는 대단위 농업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사업방식이 효율적이지 않아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사업은 1989년부터 2010년까지 2조2050억 원을 들여 농촌용수 개발, 경지정리, 배수 개선 등 농업생산기반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상 지구에서 사업이 장기화하고 계획도 자주 바뀌어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231억 원, 올해 206억 원을 들인 가축방역사업도 대상 농가 등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가 58.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86∼87점에서 60점대로
30개 정부사업은 전반적으로 집행 단계보다는 계획이나 사업성과 단계에서 감점을 더 많이 받았다. 특히 상당수 사업이 사업계획 단계에서 성과목표와 성과지표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거나 성과지표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업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들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출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했다. 대부분의 사업이 공익성이 강하고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의 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며, 예산 이외의 정책수단으로는 사업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지난해 30개 정부사업에 대해 평균 86∼87점의 후한 점수를 매겼으나 보고서 초안을 받아 본 기획재정부가 수정을 요구해 결국 평균 점수가 60점대로 낮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식품부가 지난해 자체 평가한 2006년도 29개 정부사업은 평균 69.3점, 2006년에 자체 평가한 2005년도 36개 정부사업은 평균 68.5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올해 자체 평가한 2007년도 30개 정부사업 평가의 평균 점수(66.0점)가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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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