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지원 해외개척요원 28개국서 활약
“판로 개척 위해서라면 아프리카 오지라도…”
글로벌 무대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면서 ‘수출 한국’을 이끄는 전사(戰士)들이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해외시장 개척요원’들이다. 이들은 해외 사무소에 홀로 상주하면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여건을 뚫고 잇달아 수출을 성사시키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요원들은 세계 28개국에서 277명이 활약하고 있다. KOTRA 등의 해외 사무실은 같이 쓰되 본인의 회사 업무를 하는 이른바 ‘1인 상사(商社)’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셈이다.
김 대리가 캐나다전력청 납품 계약을 따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평일은 2005년부터 캐나다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했는데, 캐나다에서 K-라인의 위상이 워낙 확고한 데다 K-라인은 평일의 특허권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바이어들은 김 대리와 구매 상담을 하는 것조차 기피했다.
하지만 그는 캐나다와 미국 시장은 같이 움직인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에 특허권 신청을 했다. 미국 시장이 특허권을 문제 삼지 않으면 캐나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미국을 수차례 오간 끝에 결국 3개월 만에 특허권 승인을 받았고 캐나다 구매 담당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판로를 뚫을 수 있었다.
보안 카메라 제조업체인 ‘바로텍’의 박점배(48) 사장은 최근 케냐관광개발공사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 케냐의 사파리 투어용 차량 지붕에 설치해 탑승자들이 사파리 풍경을 화면으로 더 잘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카메라 장치를 수출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2001년 회사를 설립한 뒤 물건을 팔기 위해 7년 동안 47개국을 돌아다녔다. 이렇게 해서 쌓인 비행기 마일리지만 해도 100만 마일이 넘었다. 하지만 1달러도 벌지 못하고 오히려 출장비만 날렸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반응이 신통치 않자 아프리카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박 사장은 기존 보안 카메라 제조 기술을 응용해서 사파리용 카메라를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요원 자격으로 나이로비 무역관으로 갔다. 무역관 측은 박 사장에게 바이어 리스트까지 뽑아서 넘겨줬고, 그 결과 판로를 뚫을 수 있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시련을 스승으로 여긴 게 수출 성공 비결”이라며 “이번에는 탄자니아에 해적 방지를 위한 해상 무인 카메라를 팔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해외시장 개척요원으로 활동 중인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 ‘아모텍’ 전혜림(27) 씨는 올해 5월 대만에 왔을 때 여느 영업사원과 다름없이 어려움을 겪었다.
바이어에게 전화를 해도, e메일을 보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초행길을 어렵사리 찾아가도 미팅조차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굴지의 전자업체 등에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많은 대만의 특성상 2차, 3차 협력업체들이 바이어들에게 수없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씨는 명함이나 교환하자며 얼굴을 튼 뒤에는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주말도 반납하고 바이어들과 등산을 다니는 등 ‘관시(關係)’를 쌓으면서 마음을 사기에 나섰고, 그 결과 현지 수출 물량을 20%가량 더 늘릴 수 있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