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다우지수 ‘통계의 함정’에 일희일비 말자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9분


21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장중 7,450 선까지 하락했지만 막판 반등에 성공하며 8,000 선을 회복했다. 얼마 전까지 많은 미국 전략가는 8,100 선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8,100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무너졌다면 시장은 2차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극도의 불안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21일 장 막판 불과 1시간 만에 일어난 극적 반전과 함께 사라졌다. 극적인 상승의 배경으로 언론은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재무장관에 임명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들었다. 그동안 금융개혁을 주도해 온 가이트너 총재가 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와 그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에 참여한 쪽에서는 이런 해석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날 미국의 반등은 아시아 증시의 반등에 의지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이미 전 저점이 무너진 미국으로서는 아시아시장에서 과연 10월 말의 저점을 지켜낼 것인가를 초조하게 지켜봤다는 것이다. 결국 저점을 지킬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매수세가 몰려들었고 그와 함께 공(空)매도한 물량을 되갚기 위한 대량의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까지 일어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풀이다. 물론 이런 해석들 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길은 없지만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이 이제 기댈 데는 아시아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지는 게 하나 있다. 미국 경제가 펀더멘털로 볼 때 거의 사망 직전이고 씨티그룹이 무너지는 등 금융위기가 계속 증폭되고 있는데도 뉴욕 증시는 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강한가라는 점이다. 외환보유액 국가재정 경제성장률 등 지표상으로는 중국 경제의 체질이 미국보다 더 강한데도 중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폭락했고, 미국은 열악한 지표에도 증시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지수 통계의 함정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의 종합지수와 같은 전체 시장 지수가 없다. 특히 다우지수는 초우량 종목의 ‘단순 가격평균’이기 때문에 지금 미국 증시에 10분에 1로 토막 난 종목이 즐비해도 지수상의 하락폭은 적다. 즉 패니메이와 같은 회사가 거의 휴지조각처럼 급락하면 이 종목을 지수 산정에서 빼버리고 다른 우량종목을 집어넣어서 계산하는 것이 다우지수 산정방식이다. 이러한 통계의 함정 때문에 미국 증시가 잘 견뎌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다우지수를 한국식으로 따지면 지금 4,000포인트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유통주의 비중이 적어 상승이건 하락이건 지수가 오버슈팅을 하기 때문에 상승과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단순히 지수만으로 각각 다른 나라의 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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