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저가-소형차엔 유리할 수도
미국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국내 자동차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빅3’ 자동차업체 가운데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의 이사회가 파산보호신청을 고려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GM의 주가는 최근 2개월간 60% 넘게 폭락했다.
GM의 주가 하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2개월 전인 9월 25일 7만3900원에 거래됐던 현대차의 주가는 45.8% 급락해 24일 4만 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차의 주가도 1만4200원에서 6710원으로 52.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5.3%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주가 처한 상황을 ‘악재와 호재의 공존’이라고 분석했다.
GM이 실제로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되면 국내 증시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자동차주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보증권 송상훈 기업분석팀장은 “실물 경기 위축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랭하고 국내 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가 심해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달 20일 까지 국내 자동차회사의 내수 판매는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21.3% 줄었다. 경기 침체 국면이 길어지면 판매량이 더 줄어들고, 실적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GM을 비롯한 빅3의 부진은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업체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미국 시장에서 빅3의 점유율은 2002년 63%에서 최근 47.9%까지 급락했다. 반면 현대차, 기아차는 빅3의 점유율 하락분을 꾸준히 차지해 왔다. 미국 빅3의 점유율을 계속해서 차지하면 실물경기가 회복될 시점에서 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고급차 비중이 높은 유럽 자동차업체보다는 저가의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더 경쟁력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명훈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시장의 크기는 줄어들지만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는 소형차 수요는 꾸준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주가 저평가됐지만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 자동차주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우증권 박영호 연구위원은 “자동차 수요는 2011년에나 정상화될 것”이라며 “당분간 수요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공격적 투자에 나서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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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