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승인을 위한 ‘법적 불확실성’ 문제는 해소
금융위기로 인수전 답보… 재매각 시간 걸릴 듯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소송과 관련해 24일 법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의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인수합병(M&A)에 나설 여력이 부족해 재매각 작업이 본격화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새 인수자 나서면 곧바로 승인 절차 시작”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가 영국계 은행 HSBC에 외환은행을 팔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해 9월 3일.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매각승인 심사를 미뤘다. 올해 7월 말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오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9월 20일 HSBC 측이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혀 협상이 깨졌지만 24일 판결로 론스타가 향후 새로운 협상 파트너를 찾는 데 법적 걸림돌은 사라진 것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소송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론스타가 적격성을 갖춘 매각 파트너를 찾아 온다면 곧바로 승인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측도 “이제 부담을 덜었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론스타의 인수자 물색 작업 난항
론스타는 해외에서 외환은행을 살 만한 곳을 물색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씨티은행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적당한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은행 및 금융당국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 시선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은행들의 사정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관심이 컸던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사들인 4조20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팔아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자사주를 제값에 사줄 만한 세력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맞추느라 연말까지 한눈을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어정쩡한 상황 길어질 수도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는 5500원(24일 종가)으로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인 9월 12일의 1만3800원보다 8300원(61.1%) 급락했다.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팔기로 계약한 당시의 주당 1만4600원의 38% 수준. 론스타도 당장 매각을 하기보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를 때까지 기다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준재 연구원은 “어정쩡한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해 12월 접수시킨 HSBC와의 매각승인 신청에 대해 오랫동안 승인이 나오지 않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변양호-이강원 씨 금품수수 혐의로도 재판 중 ▼
■ ‘외환銀 매각’ 당사자들은 지금
24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변양호(54)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뇌물을 받은 별건 혐의로 구속돼 있는 상태다.
변 전 국장은 2001∼2002년 ‘현대·기아차그룹의 부채가 탕감되도록 채권단에 힘을 써 달라’는 명목으로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모 씨에게서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계류 중.
이강원(58) 전 외환은행장도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은행 납품업체로부터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1억5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한 채 2심 계류 중.
이달용(60) 전 외환은행 부행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