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유통업체 “판매망 확대 시장규모 키울것”
《대형마트 업계가 27일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일제히 판매하기로 해 일반 소비자들도 손쉽게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는 식당과 정육점, 소규모 단체급식 업체 등 일부 제한된 판매처에서만 살 수 있었다. 전국에 총 293개의 점포가 있는 신세계 이마트,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가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하면 미국산 쇠고기 유통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호주산 보다 싼 수준에서 가격 결정”
대형마트 업계는 일단 판매 재개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호주산보다 싼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인기 있는 LA갈비 등의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측은 “가정 수요가 많은 LA갈비 등 뼈 있는 부위와 살코기 등 미국산 쇠고기 전 부위를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이 ‘뼈 없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지만 LA갈비를 파는 것은 2003년 12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육류 수입업체들은 이미 LA갈비 등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올해 8월부터 수입해 일반 정육점과 식당 등을 통해서 유통시켜 왔다. 대형마트 업계는 미국산 쇠고기 물량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산 쇠고기 검역물량은 1만6773t인 반면에 통관물량은 7775t에 그쳐 8998t이 고스란히 창고에 보관돼 있다.
○ 한우농가 영향은 우려와 기대 교차
안정적인 판로(販路)를 확보한 육류 수입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쇠고기 수입업체인 하이푸드의 박봉수 사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1000t 정도인데 추가로 500t을 더 주문했다”며 “주문 후 받는 데 걸리는 기간이 보름에서 한 달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창규 에이미트 사장은 “대형마트 판매를 계기로 시장 규모가 적어도 20%는 늘어날 것”이라며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도 이제 모든 유통경로를 통해 팔리는구나’라고 여기는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한우 농가와 관련 업계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한우협회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 등을 고려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미뤘던 유통업계가 불경기를 앞세워 판매를 재개한 것이 아쉽다”며 “한우 가격이 떨어지다 지금은 약간 안정된 상황인데 추가 하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쇠고기 시장의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우전문 유통업체 웰빙마을의 이만옥 과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인기를 끌더라도 외국산은 외국산대로, 한우는 한우대로 자체 유통망을 확대해 국내 쇠고기 유통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장은 “단기적으로 가격 충격은 있겠지만 수입 쇠고기와 한우를 찾는 소비자는 구분돼 있어 한우 농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