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은행 대출기피‘기업 파산 → 금융 부실’부메랑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2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부실이 커져 위기에 처하는 금융기관의 범위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기 초반에는 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관련된 거래가 많았던 헤지펀드나 일부 투자은행이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그러다가 신용과 연계된 채권 전반으로 문제가 커지면서 대형 투자은행 및 보험사로 위기가 확대됐다.

이제는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대형 상업은행으로까지 위기가 번지고 있다. 상업은행들은 투자은행과 달리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주요 글로벌 상업은행들의 부채비율(자산/자본)은 10∼15배로 대형 투자은행들의 25∼35배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이에 따라 상업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씨티그룹과 같은 글로벌 은행마저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상업은행들은 BIS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을 높여 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보면 자본 확충, 자산 축소, 이익 확대 등 세 가지다.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증자를 해야 하지만 현재 은행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투자자의 회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용이하지 않다. 이익을 확대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금융위기 확산으로 인해 은행들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이 또한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보유 위험자산을 축소함으로써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자산은 이미 가치가 아주 낮은 상태에 있는데 매각을 서두르게 되면 가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손실이 더욱 커지게 된다. 둘째는 은행들이 자산을 축소하기 위해 신규 위험자산의 확대도 억제한다는 점이다. 즉 신용이 의심되는 기업대출을 포함해 위험한 대출을 적극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경기침체와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기업들이 속출하게 된다. 그 결과 기업 부실 및 파산이 증가하게 되고 이것이 다시 은행 부실 확대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미국 정책당국이 은행의 부실채권뿐 아니라 우선주 등을 매입함으로써 자본 보강에 적극 나서려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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