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체납자의 재산 은닉수법이 워낙 치밀해 세무당국이 체납액 추징에 애를 먹고 있다.
국세청은 26일 체납액이 10억 원을 넘는 800명의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와 관보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총 3조5000억 원이다.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4년에는 1101명, 2005년에는 1160명에 이르렀다. 이후 2006년 704명, 2007년 661명 등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액 체납자들은 세무당국이 세원을 추적하기 힘든 조세회피방법을 상습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앞서 예로 든 김 씨도 31년 전인 1977년에도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으로 과세를 피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 국세청이 매매예약 후 10년 내에 본등기를 하지 않으면 가등기가 소멸된다는 판례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해 결과가 주목된다.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위장 등기하는 고전적인 수법도 여전히 많았다.
토지를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업체인 A사는 2005년부터 매출액을 줄여 신고하는 방법으로 10억5400만 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중반 국세청이 이 회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압류하려 했을 때는 이미 A사에는 부동산이 한 필지도 없었다. 회사 측이 종업원 김모 씨와 다른 종업원의 동서인 서모 씨에게 명의를 옮겨버렸기 때문. 국세청은 허위계약이라고 보고 부동산을 가압류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탈세를 위한 위장 등기가 부동산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주식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정모 씨는 부동산 투기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은 결과 120억 원의 종합소득세 체납 사실이 드러났다. 정 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건설업체 주식 1만5000주를 처형 명의로 돌려놓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겼다.
부동산 투기 혐의자여서 부동산을 찾는데 주력했던 세무당국으로선 예상치 못한 주식 은닉에 혀를 내둘렀다.
허장욱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은 "지방청에 체납추적전담팀을 통해 체납자의 일상생활을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은닉재산을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