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관리하라” 비상경영 속속 돌입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아웃소싱 대폭 줄이고

경비절감 운동

회의시간 당겨 새벽에

금주령 내린 곳도

《국내 기업들이 속속 위기관리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하던 해외 시장조사를 본사 직원들이 직접 하는가 하면 업무시간 이전인 오전 7시에 주간(週間) 경영점검회의를 하는 곳도 생겨났다. 에너지 절약이나 경비 절감 운동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디지털미디어(DM)사업본부는 그동안 외부 업체에 맡겨 왔던 현지 시장 및 고객 구매 조사 등을 최근부터 마케팅팀이 직접 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지 조사를 아웃소싱할 경우 건당 평균 1억4000만 원이 들었지만 자사(自社)가 자체 개발한 프로토콜에 따라 직원들이 직접 시장조사를 한 결과 건당 500만∼600만 원의 출장비만 부담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또 2개월 이상 걸리던 조사 및 분석 기간도 10일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LG전자 DM사업본부는 유럽과 러시아, 두바이, 태국 등지에서 올해 마친 조사 10건과 내년에 실시할 예정인 조사 21건을 모두 아웃소싱에서 인소싱으로 전환하면 45억 원의 경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조치를 전(全) 사업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11일간 장기 집단휴가를 보내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다 사업부별로 판단해 시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제외하면 본사 및 연구소 직원 상당수가 장기 휴가를 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업계도 전사적 경비 절감 운동에 돌입했다. STX그룹의 각 계열사는 경비 및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그룹의 지침에 따라 실천 가능한 항목부터 시행하고 있다. STX조선은 고효율 인버터 등 절전설비 도입은 물론 쓰다 남은 고철을 매각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강재(鋼材) 가격이 오르자 강재 관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원가 절감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부터 모든 부분에서 자원을 30% 절약하고, 효율을 30% 증대하자는 의미의 ‘자원절약 3030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들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앞 다퉈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팬택계열은 토요일과 일요일 구분 없는 자율근무제를 도입했다. 일부 연구원은 개발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월화수목금금금’ 형태로 밤늦게까지 연구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또 일부 임원은 11월 초 신설된 월요일 오전 7시 경영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주령도 내려졌다.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업무에 매진하라는 메시지다. 박병엽 부회장은 최근 “우리에게 2008년 12월은 없다. 2009년 1분기(1∼3월)를 시작하는 12월이 있을 뿐”이라며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국내 1위 헤어기기 전문회사인 유닉스전자는 9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를 ‘집중 업무시간’으로 정했다. 특히 해외 수출입을 담당하는 부서는 실시간 발주체제로 전환해 환율을 리얼타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변동 상황에 따라 주문 및 발주를 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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