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형차 비중 60% 이상으로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내년부터… 노사, 대형차 생산라인 전환배치 협의

현대·기아자동차가 현재 55% 수준인 소형차 생산 비중을 내년에는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는 26일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내외에서 대형차 수요는 급감한 반면 소형차 수요는 급증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소형차 생산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은 여러 차례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세계적으로 소형차 수요가 늘어나 주문을 받고도 몇 개 월 이상 공급 지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어 내년부터 소형차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차가 생산하는 소형차인 ‘아반떼’와 ‘i30’는 국내외에서 주문이 폭주해 각각 3개월과 2개월 이상 기다려야 공급이 가능하다.

기아차가 만드는 경차 ‘모닝’은 4개월, 소형차 ‘쎄라토’와 ‘포르테’도 2개월 이상 주문 물량이 밀려 있다.

반면에 대형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해당 생산라인에서 주말 특근을 없애는 방식으로 재고량을 조절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요즘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소형차 생산 설비를 새로 확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기존 설비를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소형차 생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기존 대형차나 SUV 생산라인에서 소형차를 함께 만드는 ‘혼류(混流) 생산’이나 가동률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를 일손이 모자라는 생산라인으로 배치하는 ‘전환배치’ 제도를 노조 동의를 전제로 도입할 방침이다.

실제로 기아차는 내년 1월부터 대형 레저용 차량(RV)인 ‘카니발’을 생산하는 경기 광명시 소하리 1공장에서 소형차 ‘프라이드’를 함께 조립하기로 노조와 최근 합의했다.

또 SUV ‘쏘렌토’와 대형 승용차 ‘오피러스’를 생산하는 경기 화성시 1, 2공장에서 ‘포르테’를 함께 생산하는 방안도 현재 노조와 협의 중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가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두 제도의 도입에 반대했지만 대형차나 SUV 라인에서는 주문량 감소로 특근이나 잔업이 없어져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노조도 기존 방침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와 지속적으로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재 르노삼성자동차가 ‘혼류 생산’ 방식으로 한 생산 라인에서 승용차와 SUV 모델을 함께 만들고 있는 데다 쌍용자동차도 최근 노사가 ‘전환 배치’에 합의한 전례가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 노조도 방침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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