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불어 닥친 이물질 사태에 중국발(發) 멜라민 파동까지, 연일 터져 나오는 먹을거리 안전사고에서 과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밀가루 설탕 등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제품 가격까지 오르자 이참에 ‘몸에 좋지 않은 과자’를 멀리하자는 소비자들도 늘었습니다. 대형마트의 과자 매출은 예년보다 40% 가까이 줄었다는군요.
그래서인지 최근 제과업계는 ‘몸에 좋은 과자’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크라운제과와 함께 ‘신선한 과자’라는 개념의 제과 브랜드 ‘후레쉬 스토리’를 선보였습니다. 일반 과자의 유통기한은 1년인 데 비해 이 브랜드의 과자는 방부제를 거의 쓰지 않아 3개월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과자의 주원료인 우유와 계란도 1등급 제품만 엄선해 썼다고 하는군요.
잡곡밥 못지않은 영양분을 자랑하는 과자도 나왔습니다. 농심켈로그는 정제한 밀가루 대신 통귀리, 통밀, 쌀, 보리, 기장, 호밀, 옥수수 등 7가지 통곡물의 비중을 크게 높인 ‘곡물이야기 칠곡 크래커’를 내놓았습니다. 11가지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도 넣어 탄수화물 위주의 한국인 식습관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성분을 보충했다고 하는군요. 동서식품에서는 미국인들이 아침식사 대용으로 즐겨 먹는 그래놀라를 더한 시리얼 제품이 나왔습니다. 그래놀라는 귀리와 통밀, 쌀 등 곡물을 꿀이나 물엿으로 바삭바삭하게 구운 과자입니다.
유아 전용 과자도 나왔습니다. 그동안 국내에 유통되는 유아 전용 과자는 일본의 와코도나 미국의 거버 등 수입품이 주류였습니다. 오리온은 ‘닥터유 골든키즈’를 내놓으면서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아예 넣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과자의 특정 성분이 아토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엄마들의 걱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제과회사들의 광고 문구처럼 ‘몸에 좋은 과자’라고 하니 귀가 솔깃해집니다. 하지만 값이 좀, 아니 꽤 비싸 선뜻 손이 가질 않는군요. 아이에게 좋은 걸 먹이고는 싶은데 지갑은 얇으니 엄마들은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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