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기 대비 GDP 증가율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0.8%로 나타나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4분기(―0.4%), 1998년 1분기(―7.8%), 2분기(―0.8%) 등 세분기 연속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후 ‘닷컴 버블’이 꺼지던 2000년 4분기(―0.9%)와 카드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의 1분기(―0.4%)에 각각 한 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나오는 것은 소비, 투자, 수출 전망이 모두 밝지 않기 때문. 9월 소비재판매액은 전달보다 3.8% 하락했다. 설비투자도 8월보다 2.7% 하락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는 9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4% 급락했다. 수출은 9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2% 늘었지만 10월에는 10.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계 경기 침체로 내년도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
실물시장의 침체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마이너스 자산효과’가 나타나 소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일자리 증가세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실질소득 감소가 내수를 위축시키고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 경제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2%대 밑으로 떨어지면 전기 대비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GDP의 55%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의 위축으로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전 분기보다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며 “재정 지출 확대와 일자리 증가 등을 통해 소득과 소비의 급격한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