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난 해소-외환보유액 방어 ‘세마리 토끼 잡기’
정부, 中-日과 스와프 300억달러 이상 확대추진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한 달러 자금 공급과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통화스와프를 통해 들여온 달러를 은행에 직접 대출해 △국내 달러자금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면서도 △외환보유액 감소를 막고 △원화 유동성도 압박하지 않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 공개 경쟁 입찰방식 직접 대출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협의를 거쳐 통화스와프 자금을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은행에 직접 대출해 주기로 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금까지는 외환보유액을 금융기관에 직접 공급하면서도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일정 기간 달러와 원화를 바꾸는 방식을 취해 왔다. 이렇게 되면 달러를 바꾸기 위한 원화 자금이 필요해 금융기관의 원화 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는 데다 차입 비용도 대출 방식보다 높다. 반면 달러를 대출해 주면 금융기관들은 원화 자금이 없어도 된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14개국 중 캐나다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를 뺀 한국 등 10개국이 통화스와프 자금을 사용했거나 하기로 했다. 대부분 담보 대출 방식으로 금융기관에 지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외환보유액 감소 방지 효과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꺼내 쓰면 외환보유액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10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122억5000만 달러인데 이달 들어 정부와 한은이 외화자금 시장 등을 통해 142억 달러 정도를 은행에 공급했다.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유로 등 비(非)달러화 자산 평가이익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11월 말 이후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가능하면 외환보유액을 지켜야 할 상황이다.
외환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닉힐레시 바타차리야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한국의 달러 부족 완화’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큰 폭의 무역흑자와 해외소득 증가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49억 달러”라며 “한국의 경제 전망을 좋은 쪽으로 돌아서게 하는 신호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40억 달러를 시장에 공급한 것도 은행 간 달러 조달 금리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10원 떨어진 1476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수출업체의 월말 결제 수요와 수출보험공사의 환헤지 물량이 많았는데도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공급과 경상수지 흑자 소식으로 환율이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 한중일 통화스와프 협정 확대도 추진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굳이 써야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한국이 그만큼 달러가 급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은 측은 “연말 결제 수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4월 30일로 끝나는 한미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나 한도 확대 등의 추가 논의를 하려면 일부 자금을 사용할 필요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금을 쓰지 않으면 통화스와프를 굳이 유지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중국 일본과도 통화스와프를 각각 3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당국과 한은이 공급한 원화와 달러 자금이 기업 등 실물 시장으로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