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 “어렵다고 사람 내보내면 안 돼”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3시 00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글로벌위기 인재경영’

구본무(사진) LG그룹 회장은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최근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각각 만나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CM)’에서 각 CEO에게 이같이 당부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그는 또 “어렵다고 사람 안 뽑으면 안 된다”고도 강조해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직원들의 고용 안정 및 신규 채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그래야 나중에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변화와 혁신의 중심은 우리 구성원들이며, 구성원들의 자세와 생각이 LG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구 회장의 발언은 한국 경제에서 영향력이 큰 주요 그룹 총수가 인위적 감원에 부정적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달 3∼27일 진행된 LG그룹의 전략회의인 CM에는 구 회장과 그룹 핵심 브레인인 강유식 ㈜LG 부회장, 각 계열사 CEO 등이 참석해 해당 계열사의 내년도 경영 방향과 사업계획을 결정했다.

LG 고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때 LG도 어느 그룹 못지않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다”면서 “회장의 발언은 ‘그런 아픔을 다시 겪지 않겠다’는 다짐과 ‘인적 구조조정 없이도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LG그룹 각 계열사는 구 회장의 방침에 따라 인적 구조조정 대신 다양한 혁신을 통해 정면 돌파하기로 하고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정식 LG파워콤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경기침체가 예상되지만 투자와 채용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혀 구 회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희망퇴직 같은 인력 조정보다 재고를 줄이고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공급망관리(SCM)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 등으로 불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어려울 때 준비를 잘한 기업이 호황이 오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그 준비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막연한 고용 불안을 느끼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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