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펀드’ 쏟아내… 투자자 손실 키워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3시 03분


韓-美-中 고점 찍은 작년 10월 주식형펀드 61개나 설정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 선을 넘기며 고점을 찍은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무려 28개의 중국 펀드가 설정됐다.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 장기주택마련주식형펀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6,092.06으로 최고점에 오른 10월 16일에 설정됐고, ‘미차솔’로 불리며 인기를 끈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형펀드’ 시리즈의 일부도 같은 달 나왔다. 이후 중국 증시는 급락세를 이어가 현재 2,000 선을 밑돌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현재 중국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57%. 》

“시장 분위기 휩쓸려 자산운용사들 투자원칙 안지켜”

2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나온 국내외 주식형 펀드는 61개로 2007년 이후 한 달 단위로는 가장 많았다.

상하이지수뿐 아니라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31일 2,064.85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도 지난해 10월 9일 14,164.53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 자산운용사가 부추긴 쏠림현상

10월에 중국 펀드를 출시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상품개발 담당자는 “슈로더 등 외국계 운용사의 중국 펀드가 지난해 큰 인기를 끌면서 자산운용사마다 너도나도 중국 펀드를 만들었다”며 “펀드를 제대로 만들려면 최소 두세 달은 준비해야 하지만 일부 중국 펀드는 2주 만에 나오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고점에 쏠렸다”고 털어놨다.

주식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쏠림현상(herd behavior)’을 자산운용사가 오히려 부추긴 셈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이 투자 원칙을 지켜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보다는 펀드 설정을 남발해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펀드 신상품 출시는 펀드매니저와 판매사의 의견을 모아 자산운용사 내 상품개발팀에서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주식형 펀드 투자의 역사가 짧다 보니 운용사 간 상품 차별화보다 인기 상품을 모방 출시해 운용자금을 늘리는 데에 주력한다. 운용업계에서는 경쟁사의 펀드가 인기를 끌면 판매사나 사내 고위층에서 ‘왜 우리는 이 펀드가 없느냐’고 눈치를 줘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정작 증시 폭락으로 주가 수준이 낮아져 향후 고수익을 노려볼 만한 지금은 신규 펀드가 거의 없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0월에 신규 설정된 주식형 펀드가 9개, 11월 들어 지금까지는 단 4개다.

한국투신운용 박수진 상품전략팀장은 “지금은 시장 분위기상 신상품을 내놓기보다 기존 펀드를 관리하고 규모를 늘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투자자 책임도 커

주가 고점에서 펀드가 우후죽순 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잘못된 펀드투자 문화와도 관계가 있다.

대우증권 이병훈 펀드리서치파트장은 “펀드에 가입할 때 펀드 수수료를 중시하는 외국 투자자와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과거 수익률을 최우선시한다”며 “이렇다 보니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펀드의 실적이 좋을 때 새로운 펀드를 내놔야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쉽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펀드 투자는 펀드의 과거 성과뿐 아니라 투자 지역의 전망과 리스크를 봐야 하고, 무엇보다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며 “자산운용사들은 지금이야말로 펀드 투자의 적기임을 알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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