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12월에 대형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드는 공장의 잔업과 특근을 없애기로 결정함에 따라 해당 공장 생산직 직원들의 실질 급여도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품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공급량을 밑돌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결국 직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과 상식이 ‘얇아진 월급봉투’를 통해 나타나는 셈이다.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직 직원들은 11월까지는 주 중에 정규 근무 8시간에 잔업 2시간을 더해 10시간을 근무한다.
하지만 12월부터 현대차의 울산 5개 공장 중 2, 4, 5공장과 충남 아산공장, 전북 전주공장 등 중·대형차 및 상용차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주중에 잔업을 하지 않고 8시간만 근무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잔업수당은 정규 근무 시간당 임금의 150%”라며 “잔업을 안 하게 되면 월급이 평균 40만 원 이상 줄어든다”고 말했다.
주 중 잔업 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 8시간씩 하던 특근도 없어지게 돼 월급봉투는 더 얇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근수당은 근무 연수 등에 따라 하루에 20만∼25만 원 정도다. 시간당 2만5000원이 넘는 고(高)임금이다. 특근은 보통 한 달에 2∼6회, 인기 차량을 만드는 공장은 여덟 번까지 하고 있다.
11월에 아반떼와 i30를 만드는 울산3공장은 특근을 여덟 번 했고, 베르나와 클릭을 만드는 울산1공장은 6회 실시했다. 반면 베라크루즈와 싼타페를 만드는 울산2공장과 울산5공장의 투싼 라인은 2회에 그쳤고 제네시스 라인은 한 번도 없었다.
11월에 네 번 특근을 했던 울산4공장 직원들의 경우 12월에는 특근이 한 번도 없어 특근수당만 80만∼100만 원을 덜 받게 된다.
아반떼와 i30를 만드는 울산3공장은 12월에 특근이 여덟 번 예정돼 있어 일부 직원은 특근수당만으로도 200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울산3공장은 12월에 잔업도 하기 때문에 잔업과 특근이 없는 다른 라인 직원들과의 월급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울산3공장의 작업 물량을 다른 공장에 넘겨주면 회사로서는 특근수당을 줄일 수 있고, 공장 가동률도 높일 수 있지만 ‘라인 이기주의’ 때문에 할 수가 없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산직 직원들이 특근수당을 더 받기 위해 일손이 부족해도 물량을 다른 라인에 넘겨주지 않는 것을 ‘라인 이기주의’라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는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은 봉급이 30∼4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생산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6000만 원이 넘어 ‘귀족 근로자’ 소리를 들었지만 현재와 같은 글로벌 불황이 이어진다면 ‘서민 근로자’가 될 처지에 처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