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에 국산돼지가 운다

  • 입력 2008년 11월 29일 03시 03분


LA갈비 대형마트서 삼겹살값에 팔려 양돈협회 비상

대형마트 3사(社)가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하면서 대형마트 축산물 판매 1위를 지켜오던 국내산 돼지고기가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값이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과 비슷하게 책정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미국산 또는 이에 맞서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는 호주산 쇠고기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 첫날인 27일 미국산 쇠고기(20t)와 호주산 쇠고기(24t)는 44t이 팔려 32t에 그친 국내산 돼지고기 판매량을 넘어섰다. 1주일 전인 20일과 비교할 때 호주산 쇠고기의 판매량은 48% 늘었지만 돼지고기는 14% 줄었다.

이날 이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 가격은 고급육인 초이스급 기준으로 LA갈비는 100g당 1880원, 냉장 ‘척아이롤(알목심)’은 1380원이었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100g당 1880원으로 LA갈비와 같은 수준이었다.

27일 홈플러스에서도 호주산 쇠고기의 판매량은 1주일 전보다 112% 늘어난 데 비해 돼지고기는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홈플러스 측은 “미국산 쇠고기 시판에 맞춰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을 낮춘 덕에 호주산 쇠고기는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돼지고기는 앞다리살 등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부위 위주로 가격할인 행사를 해 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사료 값 상승, 원화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에 따른 돼지고기 수입량 감소,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인한 반사적 수요 증가 등으로 돼지고기 값이 크게 올라 가격 할인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돼지고기 판매량은 20% 정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 달 22일부터 실시되는 돼지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앞두고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들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국내 양돈 농가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돈육협회와 국립축산사무국, 농식품진흥공사 등은 18일 ‘프랑스 돈육 세미나’를 열고 자국 돼지고기를 홍보했다.

한 돼지고기 유통 전문회사 관계자는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이 값싼 수입고기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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