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황 압도할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이헌재(사진)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요즘 (경제) 사태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초기 진화에 실패한 숭례문 화재의 참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28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지체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야 하며 사회적 논란을 두려워해 시간을 끌면 사태가 악화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정책수단의 강도에서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않아야 하며 정책은 가능하다면 패키지 형태로 쏟아 부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평상시 견제와 균형을 위해 마련된 조직들이 비상시에는 걸림돌이 된다”면서 “법 개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한 사람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총리 본인이 1998년 4월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뒤 1999년 새로 발족한 금융감독원 원장을 2000년 1월까지 겸임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관련해 그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더 바람직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결정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대규모 SOC 건설에 나섰다가 재정 적자만 늘고 경기 회복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것.
한국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 관리와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