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호주 등 기업들이 밀집한 도심에서 서류나 가벼운 소포를 배달하는 '자전거 메신저'가 서울에도 등장했다. 교통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는 자전거가 차량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보다 속도가 빨라 널리 애용되고 있다. 오토바이에 밀려 사라졌던 자전거가 '녹색 바람'을 타고 돌아온 것이다.
● 오토바이와 시간 차이 거의 없어
석달 전부터 '자전거 메신저'를 시작한 지음(33·서울 용산구)씨는 "자전거를 즐기다 직업으로까지 연결됐다"며 "속도도 빠르고 물건도 안전해 이용 고객들이 다시 찾는다"고 말했다.
'자전거 메신저' 요금과 이용시간은 오토바이 퀵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로 서류와 가벼운 물건을 취급하고 아직까지는 서울 시내만 배달한다. 지음 씨는 "아직 크게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건강에 환경까지 지킬 수 있는 윤리적인 직업"이라며 만족해했다.
이용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 자전거 메신저를 이용한 최 모(32·서울 영등포구)씨. 직장이 있는 반포에서 여의도까지 서류를 보냈는데 35분가량 걸렸다. 최씨는 "자전거라 해서 오토바이보다 늦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고 말했다.
● 환경 보호 - 일자리 창출 일석이조
자전거가 동네 곳곳을 누비며 배달을 하던 전성기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근거리, 소형 화물 분야에서 자전거 퀵 서비스의 전망은 밝다. 자전거와 핸드폰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기름값 등 유지비용도 들지 않아 경제적이다. 자전거만 탈 수 있으면 여성이나 노인도 가능하다.
오토바이 퀵 서비스 사업을 운영 중인 박모(52)씨는 현재 자전거 퀵 서비스 도입을 위해 사람을 모집 중이다. 오토바이 퀵 서비스가 유류비는 늘고 주문은 줄어 경제성이 떨어져서다. 요즘 같은 불황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박씨는 "예전에는 우편 배달, 신문 배달을 모두 자전거로 했다"면서 "유휴인력을 활용하고 자전거 연결망을 갖추면 오토바이 퀵 서비스보다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